여름철 수박,포도가 제철 과일이듯 와인 중에선 스파클링 와인(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이 제격이다. 격식을 따져야 하는 엄숙한 분위기의 레드 와인보다 편안하게 마실 수 있고,입 안에서 터지는 기포는 청량감까지 더해준다. 하지만 평범하게 잔에 따라 마시는 방법은 이제 진부하다. 한국은 예로부터 술을 섞어 마시는 데 일가견이 있는 블렌딩의 왕국.와인도 예외는 아니다. 얼음을 넣어 마시는 온더록에서부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와인 칵테일까지.맛은 물론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만드는 재미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얼음 넣는 온더록은 더 달콤

더운 날씨에 꺼내 든 와인이 시원하지 않다면 냉장고에 넣고 기다리는 대신 얼음컵을 준비한다. 얼음을 넣어 묽게 마시는 온더록은 와인 맛이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로 와인업계에서 금기시됐지만 이는 고급 와인에만 해당될 뿐이다.

얼음을 넣어 마시면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낮아져 상대적으로 와인 맛이 더 달게 느껴진다. 얼음 양에 따라 알코올 도수 조절도 가능해 술을 즐기지 않는 이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블루넌 핑크 아이스'(5만원)나 '베린저 스파클링 화이트 진판델' (3만원대)등이 온더록으로 마시기에 대표적인 와인들.숙성된 지 얼마 안 된 가벼운 레드 와인도 온더록으로 마실 수 있다.

'조르쥐 뒤뵈프 보졸레 빌라쥐'(2만원대)는 보졸레누보의 한 종류로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하지 않아 과일향,약한 타닌 등이 화이트 와인과 비슷하다. 이외에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클럽 와인'으로 통하는 와인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파클링 와인인 '버니니'(340㎖)로 배,레몬 등 열대 과일향과 아카시아 꽃향이 인상적이다. 얼음을 넣어 마셔도 무난하지만 대부분 맥주처럼 한 손에 들고 마시거나,빨대를 꽂아 마신다. 청담동 클럽 '앤써'와 '라운드바',홍대 클럽에서 자주 볼 수 있다.



◆ 와인 칵테일부터 화채까지

와인 칵테일은 독한 보드카나 진 베이스의 칵테일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유명한 스페니시 와인 칵테일 '샹그리아'는 국내에서도 제법 많이 알려져 있다. 레드 와인과 환타,사이다 등 탄산음료와 다양한 과일을 입맛따라 섞어 마시면 된다. 또 다른 레드 와인 칵테일로 '아메리카 레모네이드'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칵테일로 레모네이드를 와인 글라스나 텀블러 잔에 절반가량 채운 후 얼음을 넣어 차갑게 한다.

이후 레드 와인을 넣으면 두 개로 층이 나뉘는데 빛깔이 인상적이다. 이 칵테일에는 피노누아나 카베르네소비뇽 품종으로 만든 과일향이 풍부한 와인이 잘 어울린다. 이 밖에 레드 와인과 콜라를 1 대 1 비율로 혼합하고 얼음을 넣어 만든 '칼리 모초'는 제조법이 간단해 매일 즐기는 홈 칵테일로 제격이다.

'옐로우테일 모스카토'와 같은 달콤한 화이트 와인에 레몬 한 조각을 띄워 보면 어떨까. 코 끝을 자극하는 레몬향이 모스카토의 달콤함에 상큼함을 더해준다. 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당도가 높기 때문에 딸기나 멜론 등 과일 위에 시럽처럼 뿌려 먹으면 색다른 디저트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 옐로우테일 외에도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 등 1만~3만원대의 모스카토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과일 화채도 와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 수박을 반으로 잘라 속을 파내고 각종 과일을 먹기 좋게 썰어 담은 다음 스파클링 와인을 붓는다. 스파클링 와인이 상큼한 화채의 맛을 살려주면서도 청량감을 높여준다. 로제 스파클링 와인 중에선 '이탈리안 뷰티'가 있다.

이탈리아 와이너리 '바바'의 오너인 로베르토 바바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직접 선보인 와인 칵테일로 바나나 1개,딸기 6개,오렌지 1개에 환타와 로제타,얼음을 넣고 장미꽃을 넣으면 된다. 이들을 섞어 30분가량 숙성시킨 뒤 마시면 와인과 과일의 향에 장미향까지 배어들어 향이 한층 풍부해진다.

◆취향에 맞는 와인 선택 방법

와인 칵테일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와인 선택이다. 스파클링 와인은 도수별로 다른 성격의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와인도 대강의 맛을 짐작할 수 있다.

스파클링 와인은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을 병입한 후 당분과 효모를 첨가해 2차 발효를 시킨다. 5% 내외의 알코올 도수가 낮은 스파클링 와인은 2차 발효에서 효소분해를 중간에 멈췄기 때문에 당도가 높다. 빌라엠(5.5%)과 발비 소프라니 모스카토 다스티(5%),만프레디 모스카토 스푸만테(6.5%) 등이 있다. 알코올 도수 10% 이상인 와인은 기포가 풍부한 대신 효소분해가 거의 다 이루어졌기 때문에 당도는 낮다. 산테로 피노 샤도네이 스푸만테(11.5%)와 옐로우테일 버블스(12%)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도움말=이철형 와인나라 대표, 우종익 아영FBC 대표, 나라식품 신성호 마케팅 본부장, 금양인터내셔날 조상덕 마케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