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주최한 토론 대회에 나갔더니 막상 국회의원들은 토론보다는 몸으로 행동하고 있더라고요.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한 수 가르쳐 주고 싶었죠."

지난 16~17일 열린 제1회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연세대팀의 엄보운씨(연세대 경제학과 03학번)는 "대회가 당초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의원들의 상임위 점거로 인해 의원회관으로 대회 장소를 급하게 옮기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엄씨는 이어 "또 17일 제헌절은 국회의 생일이었지만 생일을 망친 건 정작 의원 본인들이었다"고 꼬집었다.

전국 69개대학 219개 팀이 지원한 대학생토론대회에서 엄 팀장 등 학생 10명으로 구성된 연세대팀은 예선 본선 등 총 일곱 경기를 치르고 대상을 차지했다. 연세대팀은 리그전으로 치러진 예선에서 '대학입시 제도를 자율화해야 한다'와 '인터넷 본인 확인제는 폐지돼야 한다''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해야 한다' 등 세 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여 3개 팀을 물리쳤다. 이어 본선에서 세 차례 토너먼트 끝에 '권력구조 개헌,무엇이 바람직한가'를 주제로 결승에 진출한 연세대팀은 서강대팀과 각각 '개헌 찬성,의원내각제로 변경' 대 '개헌 반대,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유지'라는 상반된 입장으로 1시간30분 동안의 치열한 토론을 벌인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엄 팀장은 "결승전에서 '우린 국회를 믿지 않는다'는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며 "의원내각제를 지지해야 하는 입장으로선 모순된 이 말이 결국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엄 팀장은 이어 "현 대통령제하에서의 승자 독식이라는 현실이 결국 국회의 무능함과 불신을 키웠기에 보다 균형적인 권력 배분이 이뤄질 수 있는 의원내각제가 국민의 의견이 국회에 반영되는 데 더 적절하다는 논리로 서강대팀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각종 토론대회에 참가하며 꾸준히 대회를 준비해 온 연세대팀은 특히 이번 대회 한 달 전부터는 매일 모여 관련 논문 및 도서 등을 준비해 함께 읽고 법정토론 방식과 이슈토론 방식,독서토론 방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전처럼 토론을 벌였다. 한 달여간 그들이 읽은 논문 수만 500여개.엄 팀장은 "우승의 원동력은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진 10명 팀원들의 다양한 학문적 기반이 발산한 시너지 효과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세대팀은 팀별 시상 외 개인별 시상에서도 송지은씨(아동가족학과 08학번)가 최우수 토론자상을 받는 영광도 안았다. 결승전은 전 KBS 심야토론 진행자였던 정관용씨가 사회를 맡았으며 전병헌 강용석 김부겸 김성식 의원 등이 심사했다.

올해 목표였던 전국 단위 토론대회 우승으로 꿈을 이룬 엄 팀장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생산적인 토론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며 "이를 위해선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배려심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