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인도가 세계 방위산업업체들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지난 17일부터 4박5일간의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적극적으로 무기 세일즈 활동을 펼치고 있다.이번 인도 방문의 성과로 미국산 무기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미국-인도간 ‘최종 사용자증명’ 협정 체결을 꼽을 정도다.힐러리의 이같은 행보는 인도가 추진중인 차기 다목적 전투기사업(MRCA)에 록히드마틴 F-16IN과 보잉 F-18E/F를 팔기 위한 것이다.

인도 공군은 현재 구형 미그-21 200여대를 126대의 최신형 전투기로 교체하려고 하는데,사업 규모는 총 105억달러로 세계 최대 무기도입 사업중 하나다.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미그-35,프랑스 라팔,유로파이터 타이푼,스웨덴 그리펜NG 등 6개 기종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인도는 구형 소련제 무기를 최신 무기로 교체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올해 국방예산은 289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34%나 늘었다.세계 9위 규모다.이가운데 무기구입액은 114억달러에 이른다.WSJ는 향후 5년간 인도군이 무기 구매에 쏟아부을 금액이 총 500억~505억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인도군은 △140여만명의 병력을 가진 육군 △1척의 항공모함·19척의 구축함 및 호위함·16척의 잠수함 등 152척의 함정을 보유한 해군 △852대의 전투기를 포함한 군용기 1700대를 가지고 있는 공군 등 방대한 규모와 장비를 자랑한다.하지만 현재 보유중인 무기가운데 대부분은 지난 1960~1980년대 소련에서 도입한 낡은 장비로,전략적 위협이 되고 있는 중국이나 수차례 국지전을 겪은 파키스탄에 대항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이에 따라 90년대 중반부터 인도는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서방 무기와 기술을 대거 도입해 인도군을 현대화시키고 있다.

무기 도입 규모가 워낙 큰데다 다양한 국적의 무기를 운용하는 탓에 서방업체의 경쟁은 자연 치열할 수 밖에 없다.최근 서방 방산업체들은 속속 인도 현지업체와 손잡고 합작회사를 차리고 있다.영국 BAE는 마힌드라앤드마힌드라와 손잡고 전투차량 생산회사를 만들었으며,향후 군함 건조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유럽 EADS는 라슨앤드토브로와 함께 통신장비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인도 정부도 서방 방산업체의 진출을 가로막았던 규제들을 대거 완화하고 있다.인도는 현재 외국 방산업체가 인도에 진출할 경우 인도 국내 업체와 합작사를 만들도록 하고 있으며,합작사 지분도 최대 26%까지만 허용하고 있다.인도 정부는 지분 상한을 49%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