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에서 두 가지 뉴스가 거의 동시에 터졌다. 국내에서는 티맥스라는 소프트웨어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보다 가격이 더 싼 운영체제(OS)를 내놓겠다고 발표했고,나라 밖에선 구글이 MS 윈도에 바로 경쟁할 크롬(Chrome) OS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두 뉴스에 대한 반응은 복잡하다. 한편에서는 기대가,다른 한편에서는 얼마나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교차하고 있다.

특히 티맥스의 경우 토종 OS의 등장이라고 환영하는 의견들이 있는가 하면,설익고 과장된 쇼에 불과하다는,전혀 다른 극단적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시장에서 도전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정부가 나서서 윈도 대체안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지만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또 경쟁을 담당하는 규제당국이 불공정행위는 엄격히 다뤄야 하겠지만 기술혁신으로 나타난 독점적 이익을 이유없이 깰 수도 없다. 잘못하면 혁신의 유인만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화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게 제일 좋다.

구글의 도전은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MS윈도를 겨냥한다는 것을 넘어 속도나 기능성 측면에서 새로운 OS를 토대로 경쟁의 룰(rule)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위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터넷 접속을 위한 크롬 브라우저에 이어 구글이 크롬 OS를 계획한다는 것은 사실상 MS와의 전면전을 하겠다는 뜻이다.

구글은 오픈소스(open-source)시스템인 크롬 OS로 돈을 벌겠다는게 아니다. 자신들의 웹 서비스에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이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고, 대신 검색광고사업을 키워 돈을 거둬들인다는 심산이다. 그런데 MS 영업이익의 45%는 구글이 무력화를 시도하는 윈도에서 나온다. 두 번째 막강한 수익원 오피스도 윈도에 연계돼 있다. 한마디로 구글의 행보는 MS 입장에서는 맹백한 도전이자 위협이다.

구글이 크롬 OS 출시를 발표한 뒤 MS는 곧 바로 오피스에 대한 무료 온라인 버전을 내년에 선보이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하더라도 MS 수익에는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계산이 물론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MS가 보인 대응치고는 매우 공격적이다. 윈도가 여전히 지배적 위치에 있지만 MS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을 재정비하는 등 상당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쩌면 MS · 구글 간 피할 수 없는 이 싸움은 IT산업의 밑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변화가 밖으로 표출된 것인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 응용 등이 사용자가 소유한 컴퓨터가 아니라 웹 서버(server)상에서 서비스로 제공되는,이른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 그런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IT서비스의 소비와 유통 패러다임을 바꿀 클라우드 컴퓨팅이 IT산업 판도 자체를 흔들 것으로 내다봤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흐름에서 보면 구글의 크롬OS 출시는 당연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단순한 OS전쟁이 아니다. IT산업에서 거대한 창조적 파괴가 시작된 느낌이다. 내친 김에 국내에서 구글식 도전에 나서는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쏟아졌으면 싶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