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직원이라고 밝힌 한 독자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본지 9일자에 보도된 "사이버테러 배후,북 · 종북세력 추정" 제하 기사에서 "검찰이 해킹 공격의 전말을 신속히 파악하도록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수사지휘했다"는 내용에 대한 일종의 항의 메일이었다. 이 직원은 이메일에서 "검찰에서 경찰에 무슨 수사지시를 했다는 것이냐"며 "이런 표현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휘체계상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 의아한 마음에 해당 직원에게 "표현이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문제라는 것이냐"고 답신을 보냈다. 그러나 관련 답변은 아직까지 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경찰이 사이버수사에 있어서는 검찰에 비해 전문인력도 많고 역사도 길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강하다"며 "검찰의 지휘없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검찰과 경찰은 현재 각각 별도로 전담반을 꾸리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권 독립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경찰로서는 범인을 먼저 잡아 검찰보다 수사력이 앞서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회로 보고 있을 수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공교롭게도 9일 이번 '사이버대란'과는 별개로 DDoS(분산서비스거부)공격을 통해 게임물등급위원회 사이트를 마비시킨 모 게임업체 대표를 구속하는 개가를 올렸다.

경찰과 검찰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범인을 하루라도 빨리 잡는다면 국민들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문제는 수사기관 간 지나친 경쟁심 때문에 수사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수사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담당 부장검사는 "지금은 해킹의 진원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검찰과 경찰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관 모두가 힘을 합쳐야지 따로 경쟁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도 "사회에 불만을 느낀 해커 한 명이 '홧김'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번 공격의 배후로 북한이나 종북세력을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분석이 맞다면 범인들은 매우 조직적이고 그 배후세력도 어마어마할 수도 있다. 수사기관 간 무의미한 자존심 싸움보다 체계적인 협조가 더 요구되는 이유다.

사회부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