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을 10년 만에 70억원으로 불린 비결이요? 저위험, 고수익을 지키면서 수익이 점차 우상향(右上向·) 곡선을 그리도록 하는 게 기본이죠. 한마디로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 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 합니다."

필명 '마하세븐'으로 단타매매 고수의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한봉호 타스톡 대표(38ㆍ사진). 주식 매매로 성공한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평범한 대답을 내놓았다.

마하세븐은 공기 속에서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전투기나 탄환 또는 미사일 등의 속력을 나타낼 때 쓰는 '마하'와 행운의 숫자 '7'을 조합해 그가 만든 필명이다.

"마하세븐은 '대박'을 에둘러 말한 거죠. 마하의 속도와 같이 빠르게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필명을 그렇게 붙였습니다."

서울 창동 사무실에서 동생들과 함께 전업투자를 하고 있는 한 대표는 필명 마하세븐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 그의 투자원칙과 주식매매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월단위 수익률 승승장구…10년 불패

재야에서 '마하세븐'은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단타매매를 주로 하는 전업투자자 중에서 한 대표가 월단위 수익률 기준으로 한 번도 잃어 본 적이 없는 '승승장구'형 매매 기록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한 방'에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종잣돈까지도 한 번에 잃을 수 있는 주식시장에서 10년 동안 플러스 수익률 행진만 해 온 불패신화를 만든 것이다. 그동안 가장 나빴던 실적도 '원금 보전' 수준이었다.

"주식 매매를 할 때 월별 수익률로는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매매할 때 원금 보전과 위험 요인 제거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이죠."

한 대표가 주식 매매를 시작한 것은 1999년 말. 동양공업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여파로 직장을 잡지 못하고 고향인 경기도 연천에 어머니와 함께 머물고 있던 때였다. 함께 지내던 동생이 주식계좌를 만들면서 매매를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면서 처음 주식을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10만원으로 계좌를 개설해 시작했는데, 몇 만원을 잃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승부욕을 자극한 것이죠. 그래서 2000년 1월부터 주식투자원금 100만원을 마련, 본격적으로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시장이 급락세를 보여 자연스럽게 저점에 주식을 사는 방법을 훈련하게 됐죠. 그해 6월에는 주식투자원금을 130만원으로 늘려 매매해서 한 달 동안 900만원을 벌었습니다."

한 대표는 독학으로 주식공부를 했다. 기술적 분석에 관한 책 2권 정도를 읽은 게 고작이다. 한국경제신문을 애독하면서 10년 동안 세계증시와 업계동향, 증시의 수급상황 등을 점검했다고 한다. 특히 세계 증시와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들의 매매동향을 빠뜨리지 않고 체크한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는 2004년 키움증권 실전투자대회로 주식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차이나쇼크가 시장을 뒤흔들었지만 11주 동안 열린 대회에서 수익률 259.71%로 수익금 부문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른 수상자들의 원금이 100만∼300만원 수준인데 비해 한 대표의 원금은 3000만원으로 큰 편에 속했다.

2007년 열린 키움증권 실전투자대회에서는 10주간 수익률 408.67%로 1위를 차지, 이 증권사의 '수익률 대회 진기록'란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주식 시장이 급락했던 시기에도 한 대표는 월단위 50%대의 수익률을 유지했다.

현재 그는 주식 투자원금으로 한 달에 3억원을 투자한다. 장세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는 월평균 50∼100%가량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그의 주특기는 초단타 매매인 '스캘핑'이다. 스캘핑은 1분 1초를 다투는 짧은 시간 동안 단기 시세차익을 챙기는 초단타 매매 기법이다.

"제가 주식을 시작하던 당시에는 단기 매매 기법이 유행하던 때여서 저도 스캘핑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수없이 많은 투자자들이 단기에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단타'를 시작합니다만, 성공하는 사람은 2000∼300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 유념해야 합니다."

스캘핑은 수련하는 데 2년 남짓의 기간이 필요한 위험도 높은 매매기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 대표의 투자방법은 단기 매매에 그치지 않는다. 단타와 중장기 매매는 물론 선물 매매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업 투자자이기 때문에 단기 매매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면서 일부 자금은 주가가 바닥에 왔을 때 묻어두는 중장기 투자를 합니다. 2005년부터는 선물·옵션 시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현재는 선물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옵션으로 손실을 입기도 했지만 지금은 선물 매매로 상당한 수준의 수익을 거두고 있죠."

◆ '개미의 적' 기관과 외국인을 이겨라

한 대표는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소수의 '영리한 개미'만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목적이 수익 추구라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적일 수밖에 없고, 이들의 움직임과 시장을 간파하고 투자에 임하는 투자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는 구조적으로 개미들이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이 같은 시장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락장에서는 언론이 공포를 부추겨 개인들이 투매에 나서게 되는데 이때 큰 손들은 저점에서 사들이고, 반대로 과열기에는 기관과 외국인이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팔고 나가므로 개인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논리다.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보다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한 대표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이 '영리한 소수의 개미'가 되어 주식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기술적 분석, 기업가치, 전 세계 증시상황 등을 고려해 주가가 쌀 때 사서 높을 때 파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마음속의 공포와 탐욕을 이겨야 해낼 수 있는 일이죠."

◆ 모두가 '네'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성공

그는 '주식형 인간'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매매를 할 때 개인투자자의 적은 '기관'과 '외국인'이지만, 궁극적인 적은 자기 자신이라는 설명이다.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극소수의 개인만이 주식 시장의 세파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

"주식 투자에 맞는 성격은 모두가 '네'를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주식시장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바닥을 인지하고 주식을 사들이고, 욕심으로 눈앞이 흐려졌을 때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보통사람'들은 그런 공포와 욕심을 이겨내기 힘들죠."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한 대표는 과하게 흥분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와 태도에는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과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한 대표는 2001년 증권전문사이트인 타스톡(www.tastock.com)을 열었다. 이 사이트는 초보투자자들을 위한 무료강의와 전업투자자들끼리의 소통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주식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더군요. 투자자 교육을 위해 사이트를 열었지만 이제는 전업투자자들이 쉬어가는 공간이 됐습니다. 초보투자자들을 위한 무료 강의를 두 달에 한 번 진행하기도 하구요."

◆ 단기는 1∼2%, 중장기 매매는 5∼10% 손절매 원칙

영리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깜냥' 또는 주어진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게 한 대표의 지론이다. 본인 능력에 맞는 규모의 돈을 굴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매달 주식현물에 3억원, 선물매매에 5억원을 투자하는 그도 투자원금을 더 늘리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한다. 수익이 나면 매월말 수익금을 인출해 별도로 관리하고 그중 50% 이상을 은행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돌려 놓는다.

9.11 테러와 같은 갑작스런 위기가 와도 언제든 대처할 수 있도록 일정 금액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투자원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수익금을 안전자산으로 옮기는 것은 '올인' 방식의 무리한 투자를 피하게 해주는 '욕심의 절제 과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매매 금액 규모를 늘리면 손해 보는 금액이 커지게 마련이죠. 같은 비율로 손절매를 해도 금액이 늘면 심리적인 압박을 견디기 힘들게 됩니다."

아울러 단기 매매 투자자가 원금을 늘리고 싶을 경우 반드시 일정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규모의 원금으로 시작하되, 3개월 연속 월별 수익률이 100% 이상 날 때만 원금을 늘리세요. 한꺼번에 규모를 키우지 말고 투자원금의 30∼50% 정도만 늘려 매매하는 게 적당합니다."

한 대표는 매일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단기 및 중장기 투자일지를 쓴다.

"단기 투자일지에는 하루 목표치(5%), 하루 손절치(5%)와 함께 재료 및 수급 등 시장 상태 진단을 기입합니다. 다음날 매매 시나리오도 작성하죠. 중장기 투자일지는 단기 매매일지에서 나타나는 흐름들을 체크하구요."

이 같은 투자일지를 바탕으로 대내외 변수와 주도 업종을 고려해 투자 종목을 선정한다. 매매 시에는 단기 및 중장기 '저점'으로 판단되는 때를 노려 3번 가량 나눠 분할매수에 들어간다. 주요 매매 시간은 매매가 활발한 시간인 오전 9∼10시와 오후 2∼3시를 활용한다. 또한 종목에 따라 단기매매는 1∼2% 손실, 중장기 매매는 5∼10% 손실이 날 때 반드시 손절매를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

◆ "주식투자하려면 나쁜 습관 네 가지를 버려라"

한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입는 가장 큰 이유로 추격매수를 하는 부화뇌동, 손절매를 못하는 집착, 물타기를 하는 미련, 투자원금을 계속 늘리는 탐욕 등 크게 네 가지 요인을 꼽았다.

"개인투자자가 매수 시점을 잘못 파악하고 추격매수를 하게 되면 나쁜 습관이 반복되기 십상입니다. 저점에서 매수하지 않고 추격매수를 했으니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산 것이고, 그래서 손절매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주가가 더 내리면 물타기를 해 손실을 만회하려하지만 역시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물타기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투자원금이 몇 천만원이나 몇 억원으로 늘어나게 되죠. 이런 것들이 주식투자에 있어서 가장 나쁜 습관들이자 투자위험을 높이는 것들입니다"

그는 또한 가치투자로 인해 '대박'을 노리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한 대표는 "이제 대부분의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는 점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 수년간 묻어두는 가치투자 등으로는 큰돈을 벌기 어려워 보인다"며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단기 변동성을 이용한 매매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테마주의 경우 고수익률에 현혹된 개인투자자들이 막판 고점에서 추격매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열지표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점과 저점 징후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한국거래소가 테마주들이 실적과 관계 없이 너무 급등했다며 주의하라고 충고하고, 해당종목의 대주주들이 지분을 팔고 나올 경우, 회사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의 3가지 조건이 겹칠 경우 급등세의 끝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최근 세계 증시의 사이클이 빨라져서 주식을 저점에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한 해에 2∼3회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한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모두 절망할 때 주가는 기본적·기술적 분석으로 모두 싸게 마련입니다"며 "이 경우 투매를 막기 위한 세력인 연기금 등이 주식을 사들이는지 보고, 전 세계 증시의 움직임을 파악해 저점임을 확인하면 됩니다"고 설명했다.

◆ 주식 매매 안 맞는 당신, 떠나라!

한 대표는 자신이 주식에 맞는 성격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미련을 버리고 직접투자를 그만두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1∼2년간 주식을 매매했을지라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주식 시장을 떠나는 게 본인을 위해 좋습니다. 나쁜 습관이 쌓인 '보통사람'은 주식시장 속에서 버티기 힘듭니다."

아울러 그는 '대박'만을 기대하며 전업투자자를 꿈꾸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일침을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 매매의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결과만 본다는 것.

"전업투자자로 돌아서는 순간부터 고수익보다는 고위험 구조로 전환된다고 봐야 합니다. 전업 투자자를 시작하기 전에 1∼2년 정도의 테스트 기간을 꼭 거쳐야 해요. 대인관계 등 사회적으로도 잃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10년 불패 신화를 이룬 마하세븐 한봉호. 그는 단타매매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수천 또는 수만분의 1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추격매수 등 네가지 나쁜 습관을 버리고 저점과 고점에 대한 징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주식시장을 떠나라"라는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글=한경닷컴 증권팀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뉴스팀 김기현 기자 k2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