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핵심 정책산실인 여의도연구소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를 제치고 별도의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교과부 방안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충분한 대책을 담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학원 · 학부모 · 학교 · 교사 · 대학 등 각 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온건한' 교과부 방안으로는 사교육비를 잡기는커녕 중산층 지지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안병만 교과부 장관에게 "사교육 로비세력이 있느냐"며 호되게 질타한 데 이어 24일에는 직접 16명의 시 · 도 교육감들과 만나 "점수 위주 대입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는 등 사교육 대책 강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통령의 잇단 발언은 교과부에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26일 발표될 예정인 사교육 경감 대책안은 곽 위원장이 지난 4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들을 대부분 담고 있다.


◆대입제도 어떻게 바뀌나

7대 긴급대책은 대입전형 3대 요소로 꼽히는 내신 · 수능 · 논술 중 내신 부분의 부담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담았다. 우선 고교 1학년 내신은 가급적 대입에 반영하지 않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현재는 특별한 규정은 없으나 대학마다 고교 1학년 내신 20%,2학년 30%,3학년 50% 혹은 1학년 30%,2학년 30%,3학년 40% 등 학년별 비율이 거의 비슷한 내신 산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대책안은 앞으로 대입전형 때 고교 3학년 또는 2 · 3학년 내신만 반영토록 해 중3~고1부터 입시가 조기 과열되는 현상을 완화키로 했다.

현행 내신 9등급 상대평가제도 5등급 절대평가제로 바뀐다. 이 방안은 '사실상의 내신 무력화'와 '내신 부풀리기'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대책안은 이를 감안,고2부터 난이도가 높지 않은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연 2회 정도 시행하거나 학교별 내신 분포도를 함께 제출토록 할 계획이다.

정시에서 내신 · 수능 · 논술을 모두 잘 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책안은 수능을 잘하면 정시,내신과 논술이 좋으면 수시를 통해 대학 진학이 가능하도록 모집기간별로 전형요소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수시는 내신 위주로 뽑은 다음에도 수능 최저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 곳이 대다수다. 정시에서도 서울대가 수능으로 학생들을 1차 걸러낸 후 2단계에서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등 전형요소가 많다. 앞으로는 내신이 불리하더라도 수능이나 논술에 주력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반대로 내신에만 매달려 대학에 갈 수도 있게 된다.

모집단위별로 수능과 내신에서 반영하는 과목과 반영 비율을 차별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인문사회계는 수학 성적의 비중을 낮추고,자연계는 영어 비중을 낮추며 예체능계는 영어 · 수학 비중을 둘 다 낮추는 식이다.

또 수능 사회탐구 · 과학탐구에서 지금까지는 4과목을 응시한 후 이 중 성적이 좋은 2과목만 골라 대학에 제출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2과목만 응시하고 이 성적을 그대로 제출할 수 있도록 간소화하기로 했다. 수능 시험의 횟수 확대와 출제 방식 개선도 추진된다.


◆특목고 · 자율형사립고 입시 대폭 손질

대책안은 교과부가 최근 지필고사 금지,수학 · 과학 가중치 합리화 등 외국어고 입시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수학과 과학 가중치 폐지가 없어 사교육 경감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교과부의 과학고 입시 개선안도 현재 80%에 달하는 전과목 내신반영 비율을 줄이지 않으면 사교육비 경감이 어렵다고 했다.

대책안은 이에 따라 특목고 입시에서 중학교 내신 성적 반영을 대폭 제한키로 했다. 외국어고는 중학교 내신 중 외국어와 국어(또는 사회),과학고는 수학과 과학만 반영해야 한다는 것.전 과목 혹은 주요 과목을 반영하거나 수학 · 과학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혼란을 피하기 위해 예고제를 도입,현재 중1부터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대책안은 강조했다.

대책안은 자율형사립고의 경우 내신 상위 50% 등의 지원자격 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으로만 선발키로 했다.

◆학원 교습시간 제한

논란의 핵심이었던 학원 교습시간 제한도 7대 긴급대책안에 포함됐다. 대책안은 학원법을 개정해 전국의 모든 학원을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하도록 하거나 초등학생은 9시까지,중 · 고교생은 10시까지만 허용하는 2개 방안을 내놨다. 이는 곽 위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시한 '오후 10시까지 운영'보다 더 강력한 규제안이다.

대책안은 이와 함께 학원가를 직접 겨냥해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 △학원비 초과징수 · 허위과장 광고 1회 위반시 교습 정지 혹은 등록 말소 등의 '초강경 제재안'을 시행할 것을 주장했다.

이상은/구동회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