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불량 사이트'를 막는 인터넷 접속 차단 소프트웨어(일명 녹색댐)를 중국 내 전 컴퓨터에 설치하려는 정책을 어쩌면 철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령 중국이 이를 철회한다 해도 전 세계 컴퓨터 제조업자들의 '골칫거리'가 해소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태도일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로 꼽히는 영국과 독일,호주를 포함해 더욱더 많은 나라 정부들이 온라인에서 대중의 행동을 통제하려 한다. '녹색댐' 같은 현상은 이 같은 노력이 외부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게 발달한 여러 겹의 인터넷 감시체제를 갖추고 있다. 중국 내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내용의 콘텐츠나 웹사이트들은 이미 삭제됐거나 출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녹색댐' 정책은 감시를 한 단계 새로운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PC업체가 감시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는 것은 문제의 일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같은 '녹색댐' 정책은 근본적으로 온라인 감시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의 한 극단적인 형태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터넷 감시 클럽은 계속 확대되고 있고, 이제 민주국가들도 이 클럽의 회원이 되고 있다.

최근 독일 의회 분데스탁에선 독일 경찰에게 인터넷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이 접속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웹사이트들에 대한 '블록(차단) 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2007년 이후 호주에서도 노동당 정부가 국가적인 온라인 필터링 작업을 진행했다. 영국에서도 '유해'사이트들에 대한 민간기관이 작성한 '블록리스트'가 주요 인터넷 서비스 프로바이더들 사이에 사용되고 있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살펴볼 때 긍정적인 점은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전방위적 감시정책이 논란의 주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억압과 기술중심주의 가부장제적 통제가 과연 '좋은 부모'를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질문은 손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다. 이 세상은 아동포르노에서부터 폭력그룹까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어 모든 종류의 감시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감시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면 반드시 투명성과 감시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

영국에 있는 기업이든,중국에 있는 기업이든 모든 온라인 관련 기업들도 온라인 유저들이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각종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감시확대라는 움직임에 순응할 수도,거부할 수도 있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감시확대에 순응하려 한다면,모든 정부가 계속해서 요구할 점증하는 압력에 대해선 꼭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정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이 글은 홍콩대 언론학부 레베카 매키넌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The Green Dam Phenomenon'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