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V(IPTV)는 방송 · 통신 융합 시장을 여는 뉴미디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케이블TV(SO)와 다를 게 없는 또하나의 유료방송일 뿐이다. "(케이블TV업계)

방통 융합의 꽃으로 불리며 작년 11월 실시간 방송을 시작한 IPTV의 위상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한 공식석상에서 방통융합 활성화의 전제로 IPTV를 꼽고,1년 뒤에는 IPTV가 제자리를 잡도록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케이블TV 진영은 최근 태스크포스를 구성,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하는 등 전면전 채비에 돌입했다. 요금 인하에 6개월 무료 공세까지 펼치고 있는 IPTV 진영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서다. 채널 확보 경쟁도 숨가쁘다. 1700만 유료방송 시장을 놓고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3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무한 경쟁에 나섰다.

◆유료방송시장 '삼국지' 달아오른다

IPTV사업자인 LG데이콤은 이달 말 안방에서 TV 앞에 앉아 의사와 원격 의료상담을 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를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방통 융합을 통한 새로운 의료 서비스가 나오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IPTV가 케이블TV나 위성방송과 차별되는 점이 많지 않다.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방송(PP)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골라보는 주문형비디오(VOD)는 디지털케이블방송에서도 서비스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옷 등을 즉석에서 구매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가 IPTV의 장점으로 부각돼왔으나 이 또한 디지털케이블방송에서도 가능하다. IPTV가 새로운 시장을 열기는커녕 기존 유료방송시장 쟁탈전으로 흘러가는 이유다.

변동식 CJ헬로비전 사장은 "IPTV를 새 시장을 만들어내는 뉴미디어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입자 뺏기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은 IPTV와 비슷한 디지털케이블방송 가입자를 늘려 가입자가 40만여명에 불과한 IPTV가 설 자리를 원천봉쇄한다는 전략이다. 케이블TV 진영은 작년 말 191만명이던 디지털케이블방송 가입자를 연말까지 35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150만명 가입자 목표를 세운 IPTV의 2배 수준이다.

KT LG데이콤 SK브로드밴드 등 IPTV 3사는 방송 · 통신의 결합상품을 통한 요금 인하 등으로 치고나오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에 동시 가입하는 소비자에게는 실시간 IPTV 요금을 월 8800원까지 낮췄다. 1만원 안팎인 디지털케이블방송 요금보다 더 싸다.

IPTV에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고화질(HD)채널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45개인 HD채널 수를 내년에는 1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케이블TV와 IPTV는 HD채널이 20~30여개에 불과하다.

◆적과의 동침도 불사

3대 유료방송 진영간 경쟁 구도는 벌써부터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시작됐다. IPTV사업자인 KT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손잡고 내달 초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를 출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시간 방송은 스카이라이프를,VOD는 쿡TV를 통해 서비스하기로 했다. 실시간 IPTV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광랜급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지역을 겨냥한 윈-윈전략이다. 양사는 연내 30만명 가입자를 유치하기로 했다.

케이블TV 진영은 더 파격적이다. 최근 SK텔레콤 LG텔레콤 등에 제휴를 전격 제안했다. IPTV사업자 진영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케이블방송과 묶어 결합상품을 구성하기 위해서다. 유선통신시장에서 KT에 밀리는 SK · LG그룹 입장에서는 1500만 케이블TV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케이블TV 진영은 이통사에서 망을 빌려 이통사업을 하는 가상이동망사업(MVNO)도 준비 중이다.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이동통신사업을 하지 않는 케이블TV가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어 다각적인 생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