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상무기화 한듯..정부 부담 가중 가능성

북한이 8일 미국적 여기자 2명에 대해 조선민족적대죄, 비법(非法)국경출입죄 등을 적용,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함에 따라 북한에 71일째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엄밀히 말해 미국 여기자 건과 유씨 건은 지난 3월 북한법 위반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미국 여기자 2명은 지난 3월17일 체포된 직후부터 북한 형사소송법에 따른 처분을 받았지만 유씨는 체제비난 등 혐의로 3월30일 체포된 이후 현재까지 남북간 출입.체류 합의서에 따른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남북간 관련 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조사결과에 따라 유씨에 대해 경고.범칙금 부과.추방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만약 여기자들처럼 자국 형법 및 형사소송법에 따라 처벌하려 할 경우 남측과의 `합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 만큼 사법절차가 일단락된 미국 여기자건과 달리 아직 유씨는 북한 형사법에 따른 사법처리 절차로 들어가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3월 모종의 대외정책적 고려에 따라 여기자들과 유씨를 잇달아 체포한데 이어 그런 고려에 따라 여기자들에게 중형(重刑)을 선고했다고 가정할 경우 유씨 건 역시 우리 정부가 바라는 대로 추방 등 형식으로 간단히 종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즉 북한이 미국 여기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이 고위 인사 방북 같은 `정치적 선물'과 맞교환하거나, 대북 제재 국면에서의 `견제카드'로 삼으려는 목적과 무관치 않다면 유씨에 대해서도 단기간내에 `선처'를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특히 향후 여기자 문제를 위한 북미간 협상 전개 양상에 따라 유씨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안게 될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여기자 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기에 석방 노력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경우 우리 정부로선 `여기자 구하기'에 나선 미국의 노력과 비교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유씨에 대한 북한의 비인도적 처우를 규탄하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가 그간 해온 것 이상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유씨를 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체포된 이후 주(駐) 북한 스웨덴 대사를 통한 간접 접견과 가족과의 전화통화 등으로 안녕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미국 여기자건과 달리 유씨는 생사 및 소재지 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오는 1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과 관련, 정부가 유씨 문제에 두는 비중은 더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만약 북한이 11일 실무회담에서 유씨에 대해 "조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모종의 대북 압박을 모색하거나, 특사 파견 등의 대화 노력을 이전 보다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