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공식 출범한 KT와 KTF의 통합법인은 통신시장의 새로운 혁신을 선도(先導)하는 리더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통합 KT는 컨버전스(융합)에 기반한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회사를 앞으로 지향할 비전으로 내세웠다. 이는 당초 합병의 명분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통합 KT의 최대 과제는 이 비전을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구체적인 성과로 보여줄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통합 KT가 출범하던 날 이석채 회장은 2012년까지 KT그룹 전체의 매출은 지금보다 3조원 증가한 27조원, 영업이익률은 3%포인트 늘어난 11.4%, 유 · 무선 통합가입자는 올해 예상치보다 7배 많은 21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이른바 '3 · 3 · 7' 목표를 제시했다. 이 회장이 "KT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유선전화 등 주력사업의 급강하로 매출액이 매년 1조원씩 줄어들 판이었다"고 말한데서도 알 수 있듯 지금같은 성장정체 국면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을 읽을 수 있다.

문제는 통합법인 출범이 단기적 성장 추구로 그쳐선 안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통합의 성공 여부는 5~10년 앞을 내다본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創出)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물론 와이브로 IPTV 등 컨버전스 사업들이 당장 KT의 성장을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기존사업 중심으로 매출액을 올리는 쪽으로만 간다면 당초 내세웠던 통합의 명분은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통합 KT가 과감한 도전, 선도적 투자에 적극 나서 주기를 기대한다. 이번 통합 KT 출범으로 SK, LG 등 통신 3강의 치열한 경쟁을 예상하는 전망들이 많지만 기존 사업에 대한 혼탁한 경쟁이 아니라 고객을 향한 새로운 서비스 경쟁이어야 하고,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게임이 돼야 할 것이다. 이는 성장정체에 빠졌거나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한국 통신시장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컨버전스에 걸맞은 경쟁문화도 절실하다. 콘텐츠업자를 비롯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야말로 바로 컨버전스 혁신의 원천이다. 통합 KT의 출범이 통신시장의 후진적인 생태계를 확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