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트위터(twitter) 열풍이 거센 가운데 독일에선 정계로 번진 트위터 열기가 ‘트위터 게이트’로 불리는 정치적 소동으로 번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독일 DPA통신,빌트지 등은 독일 의회가 수십년간의 전통을 깨고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 선거 결과를 사전 유출한데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28일 보도했다.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들이 트위터를 통해 선거 결과를 미리 외부에 흘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사건엔 ‘트위터게이트’란 이름이 붙었다.트위터란 짧은 메시지를 무료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마이크로 블로깅’을 뜻한다.140자 이내에서 간단하게 메모를 올리는 형태의 블로그다.전 세계 이용자 수가 3200만명으로 1년전에 비해 20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지난 23일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의 재선이 발표되기 15분전에 당선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의회 외부로 빠르게 전파됐다.독일 대통령은 의회 의원 등으로 구성된 간접선출 기구인 연방총회 투표에서 결정되는데 공식발표전 선거 결과를 유출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집권 기독교민주당(CDU)소속인 율리아 클뢰크너 의원은 선거 직후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 편안하게 축구를 볼 수 있게됐습니다.투표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외부에 전했다.

투표 결과 사전유출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인 사회민주당이 발끈했지만 자당 소속 울리히 켈버 의원도 “집계완료,켈러 613표”라는 결과를 공식발표전에 트위터로 ‘떠들었고’,켈버 의원의 ‘팔로어’들은 불과 1∼2분 사이에 퍼나른 사실이 전해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커졌다.

쾰러 대통령의 재선 소식 자체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었지만 법을 지켜야할 의회가 여야 가릴 것 없이 규정을 무시한데 대해 즉각적인 감사가 실시됐다.독일내에선 “선거결과 발표는 국회의장만 할 수 있다”는 비판여론이 높아졌다.페터 람자우어 기독교사회당(CSU) 총재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의회의 권위를 갉아먹는 일에 일말의 동정도 없다”고 비판했고,후베르투스 하일 사민당 사무총장이 “트위터 등을 통해 선거결과를 알려선 안됐었다”고 힐난하는 등 의회 중진 의원들이 여야 가릴 것 없이 한 자리에 모여 대책 회의를 가졌다.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율리아 클뢰크너 의원은 “(소식을 전한) 시점이 조금 빨랐다”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같은 파문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어서 의회 관계자들이 고심하고 있다.제바스티안 에다티 사민당 내부조사역은 “이번 사건의 일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고 호르스트 제호퍼 바이에른주지사는 “(트위터로 정보를 누출한 사건은)독일인들이 완벽한 존재가 아닌 한사람의 결점많은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