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게임잡지 디벨롭(Develop)이 최근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100대 게임회사’ 순위에 일본 게임업체 캡콤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일본 닌텐도,영국 록스타 노스,미국 일렉트로닉 아츠(EA)에 이은 것이다.대전격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캡콤은 일본 게임회사 중에서는 드물게 온라인게임에도 적극적이다.

캡콤은 작년 6월 NHN을 통해 국내서 처음으로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이라는 온라인게임을 선보여 주목받았다.캡콤에서 온라인게임사업을 총괄하는 오노 요시노리 온라인개발부장은 “철저할 정도로 ‘놀이’와 ‘재미’라는 관점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게 캡콤이 세계적 게임사로 성장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오노 부장은 1994년 캡콤에 입사한 이후 ‘스트리트 파이터 3’의 사운드 프로듀서를 맡았고 ‘카오스레기온’과 ‘신귀무자’ 프로듀서를 맡았다.온라인게임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도 그의 손을 거쳤다.다음은 일문일답.


-스트리트 파이터 등 캡콤이 만든 게임들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려왔다.캡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캡콤은 북미,유럽,아시아에 현지 법인을 갖고 있으며,한국에도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각 지역의 트랜드 및 마케팅 데이터가 개발팀에 리포트되는 정보체계가 갖춰져 있어 게임 타이틀 책임자가 각 현지 법인 스탭과의 화상회의,현지 출장 등으로 ‘기류’를 적극 리서치하고 있다.이를 통해 일본 시장에만 맞추지 않고 타겟 시장에 맞는 게임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만국공통이라는 인식에 따라 철저하게 ‘놀이에의 고집’을 관철하고 있다.담당 타이틀 이외에도 개발 스탭 전원이 엄격하게 이런 점을 지켜보고 있으며,사내 리뷰도 한다.‘재미’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일단 시장에 출시한 게임은 자식처럼 소중히 생각한다.이런 자세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안이한 자세로 속편을 만들거나 세계관을 바꾸는 일은 없다.게이머가 바라는 게임 디자인의 분석을 통해 ‘재미’를 주는데 시간과 아이디어를 아끼지 않는다.이것은 캡콤 내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다.

-일본 기업들은 수직계열화된 조직적인 시스템으로 성장했다.게임 산업은 어떤가.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는 완성차와 부품사 등의 수직계열화가 잘 이뤄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캡콤은 스튜디오,담당 스탭,외부 협력사를 회사를 고정화,일렬화하지 않는다.일본 도요타자동차 계열의 경우 고정화,일렬화 등의 표현을 쓰기도 한다.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시류에 따라 변한다.공산품 보다 더 사람의 마인드에 직접 호소해야 하는,변화가 많은 상품이 게임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일본이 자랑하는 대기업으로 배워야 할 점은 많다.어느 분야,어느 부품에 특화한 자회사를 갖는 것,즉 특화한 섹션을 길러내는 것은 배워야 할 점일 수 있다.물론 캡콤에도 ○○을 추구하는 팀,△△의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팀이라고 하는 특화된 조직은 있다.그러나 이들은 업무의 골격에 해당하는 전문직이다.게임 제작은 수직계열화 방식으로 포괄하기 어렵다.오히려 게임 타이틀 개별적으로 판단 가능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이 필요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캡콤의 게임 개발 프로세스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기획서를 작성하는 등의 일반적인 프로세스는 다른 게임업체와 다를 게 없다.다만,캡콤은 ‘어디에 있는 누구에게 이 게임 타이틀을 팔 것인가’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작 초기에 확실히 정해둔다.이것이 설정되지 않은 기획은 검토대상에도 끼지 못한다.그러나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장기간 프로젝트를 계속하다보면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제작 과정에서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늘 불안과 고민은 있다.다만 처음 세운 비전을 무너뜨리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것은 확실하다.

X라고 하는 타이틀에서는 A라는 비전을 세우고 제작하고 있다고 하자.도중에 지침이 바뀌어 A라는 비전을 B로 변경했고 B가 실패로 끝났다고 하자.이렇게 되면 X라는 타이틀이 왜 실패했는지 모르게 된다.A라는 비전으로 X 타이틀을 만들었더라도 실패했을 것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설사 비전으로 B로 바꿔 성공했더라도 B라는 작전이 좋아서인지,근본적으로 X라는 타이틀이 좋아서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비전을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경영진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인내와 담력이 필요다.그렇지만 캡콤은 이것을 관철해왔기에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신작 게임을 만들거나 기획할 때 중시하는 철학은 뭔가

지금까지 없었던 요소를 검토하고 다른 곳에서 성공한 요인을 숙지하는 것이다.다른 곳에서 성공한 것을 벤치마킹하는 것과 성공한 요인을 숙지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은 크리에이터로서 기본이다.차이는 바로 시장 상황의 본질을 제대로 간파하느냐에 달렸다.


-게임 기획이나 개발,마케팅 등에 창의성 발휘가 중요하다고 한다.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우기 위한 방책은?

일단 실무진에 일을 맡기면 프로세스에 대해 상사는 참견을 하지 않는다.잘못된 길로 가고 있을 때에는 이정표를 정해주는 것이 매니저가 할 일이다.


-캡콤이 추구하는 게임의 방향은?

유저가 원하는 재미를 탐구하는 것이다.또 개발 스탭,영업 스탭이 즐기고 있는 타이틀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유저들과 이상적인 관계를 맺는 첫걸음이 아닌가 한다.


-온라인게임 전망을 어떻게 보나?

캡콤은 최근 북미,유럽에서 콘솔을 중심으로 하는 비즈니스 기반을 굳건히 하고 있다.아시아에서는 아직 미비하다.아시아는 아직 콘솔 비즈니스가 자리잡기 못한 때문이다.아시아 시장은 온라인 비지니스로 접근할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캡콤은 좋은 게임이 많다.재미,놀이라고 하는 자산을 활용해 온라인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가려 한다.

세계 게임시장은 콘솔의 온라인화,PC 온라인화로 움직여 나갈 것이다.나라나 민족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므로 차이는 있을 수 있다.이 때문에 한가지 방향으로만 세계 온라인 시장을 차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예컨대 세상의 야채가게가 지역에 따라 다른 것처럼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다.같은 감자라도 판매방법,보이는 방법,조리 방법을 현지에 맞춰야 한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