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스크린 전략이 등장한 배경에는 정보기술(IT) 분야의 업종 간 경계 붕괴가 있다. 통신업체가 방송에,방송업체가 통신으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휴대폰 제조사가 서비스 분야까지 나서는 게 최근 IT 시장의 흐름이다.

융합(컨버전스)이 이처럼 진전되면서 기존 사업 영역에만 안주해서는 미래 먹거리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휴대폰,TV,PC를 한꺼번에 장악하지 않으면 미디어 빅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어졌다는 의미다. 단말기,네트워크,콘텐츠를 하나로 통합하는 컨버전스 3.0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증거다.

◆왜'3스크린'인가?

3스크린 플레이란 용어는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AT&T가 인터넷TV(IPTV)를 앞세워 방송시장에 진출하며 처음 꺼낸 구호다. 자사의 'U-verse'란 3스크린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존 TV업체와 달리 휴대폰,PC에서도 다양한 콘텐츠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여기에 맞서 케이블 TV업체인 타임워너와 컴캐스트 등은 케이블TV 가입자들에게 집에서 보던 채널을 PC에서도 볼 수 있는 웹TV를 내놓으며 맞불을 놓았다.

3스크린 플레이가 기존 사업 성장성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다른 영역과의 컨버전스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통신 · 방송 상품을 묶어서 파는 경쟁에서 출발해 이제는 콘텐츠 서비스까지 연결해 가입자를 묶어 두겠다는 게 3스크린 플레이의 요체다.

3스크린 전략은 제조업체에는 서비스 분야 진출 기회를 만들어준다. 애플은 휴대폰인 아이폰,PC인 맥북과 매킨토시,TV 연결장치인 애플TV 등의 하드웨어 사업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음악,게임,영화 등을 서비스하는 아이튠즈,각종 소프트웨어를 거래하는 앱스토어까지 내놓으며 세계 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노키아,소니,삼성 등이 영화,음악 등 콘텐츠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도 휴대폰,PC,TV 등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를 앞세워 서비스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컨버전스 3.0 시대 열려

3스크린 전략은 컨버전스의 급속한 진전과 관련이 깊다. 휴대폰에 카메라,MP3가 결합된 하드웨어적 기능 결합이 컨버전스 1.0이라면 2.0은 통신망을 통해 방송을 제공하고,방송망을 통해 통신을 제공하는 업종 간 융합으로 발전했다. 3스크린 전략은 단말기나 네트워크 융합에서 한발 더 나아가 콘텐츠(서비스)까지 통합한 서비스다. 그런 점에서 컨버전스 3.0 시대를 상징하는 서비스라고 부를 수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초기 컨버전스가 단순한 기능 결합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단말기와 네트워크,콘텐츠를 화학적으로 융합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3스크린 플레이는 컨버전스 3.0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온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KT보다 애플이 두려운 SK텔

통신업체인 SK텔레콤은 합병을 앞둔 통합 KT보다 하드웨어 업체인 애플을 두려워하고 있다. IT 시장 경쟁이 영역 구분 없는 전방위 싸움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휴대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음악,동영상까지 판매하면서 SK텔레콤의 콘텐츠 상점인 '네이트' 매출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커졌다.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이통사의 사이트가 아니라 애플의 아이튠즈나 오픈마켓인 앱스토어에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있다.

줄어드는 음성통화 대신 무선인터넷 분야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아이폰 도입이 가입자를 늘리는 약도 될 수 있지만 차세대 수익원을 갉아먹는 독도 될 수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의 연간 매출 12조원 중 무선인터넷 분야 비중은 25%를 넘는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구글,MS,야후 등도 SK텔레콤의 협력 파트너가 될 수도 있지만 경쟁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게 3스크린 환경의 고민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 용어풀이 ]

◆앱스토어='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응용프로그램 시장)의 줄인 말이다.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폰에서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고파는 온라인 시장이다. 현재 각종 게임,지도,교육 프로그램 등 수만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와 있다. 애플이 갖고 있는 최고의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웹TV=방송사,프로그램 제작사 등이 인터넷상에서 실시간으로 온라인 방송을 내보내는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에는 신문사 등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방송을 내보내며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일반 인터넷 이용자도 개개인이 웹TV를 손쉽게 만들어 내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무한대에 가까운 채널을 만들 수 있는 방송 서비스다.

◆플랫폼=각종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환경을 뜻한다. 인터넷의 경우 NHN과 같은 인터넷 사업체가 구축해 놓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도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휴대폰이나 PC와 같은 하드웨어의 경우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그래픽카드 등을 통합한 시스템을 플랫폼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