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줄 알았어.그걸 어떻게 찾냐." "이렇게 허무하게 뚫리다니…."

제6회 해킹방어대회 본선이 열린 13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최종 결선에 오른 10개 팀의 부스 곳곳에선 잇따라 환호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주최 측이 해커들에게 '무선랜 해킹' '외부 서버를 통한 내부망 침투' '자체 시스템 방어' 등 6개의 문제를 내놓기가 무섭게 공격과 방어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문제를 풀어 낸 곳은 박찬암,조주봉,최상명,하동주씨 등 해커 4명이 모인 잠바(JAMBa) 팀.이들이 무선랜 해킹에 성공한 시간은 불과 23분이었다. 대회 진행을 담당한 서진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수석 연구원은 "정말 놀랍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경기를 시작하면 팀원 간 역할 분담과 상대 팀에 대한 분석 등이 필요한데 잠바 팀은 초반부터 치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KISA,대학정보보호동아리연합회 등이 주관한 '2009 해킹방어대회'는 인터넷으로 내부 시스템이 연결돼 있는 기업이나 국가의 전산망이 해킹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 줬다. 보안 조치가 된 무선 랜이라도 액세스 포인트(AP)가 손쉽게 해킹당하는 것은 물론 인증 절차를 밟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출도 쉽게 이뤄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참가자들 간 눈치 싸움도 치열했다. 10개 팀은 모두 점심 식사도 거른 채 방어벽을 뚫기 위한 암호 해독에 여념이 없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본선까지 오른 '팀엑스(teamX)'의 유주완,이상엽군은 "문제들이 재미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총 4명까지 팀을 구성할 수 있는데도 혈혈단신으로 참가한 임동욱씨는 "즐기기 위해 참가했는데 운 좋게 본선까지 올라왔다"며 "예선 문제도 만만치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중섭 KISA 해킹대응팀장은 "방어에 중점을 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바란다"며 "갈수록 지능화되는 해킹을 막기 위해 화이트 해커를 꾸준히 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대회에선 작년 우승 경력이 있는 구사무엘씨(건국대 경영학과 2학년)가 소속한 'ZZZZ'팀이 결선에 오른 나머지 9개팀을 집중 공략해 단번에 270점(30×9점)을 따내면서 우승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