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 게임업체들은 중국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업계 1위인 샨다를 꼽는다. 샨다는 2008년 기준으로 매출액만 35억위안,시가총액은 33억5900만달러에 이르는 중국 최고의 게임회사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작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임업체로 출발했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 시리즈를 중국에 서비스하면서 일약 거대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01년 9월에 상용화 된 '미르의 전설2'는 불과 두 달 만에 40만명이 넘는 회원수를 끌어들여 세계 제1의 동시접속자를 자랑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등극했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을 출시해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샨다는 단순히 한국 게임을 배급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자사의 게임을 독자개발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엔 '18기금'이라는 펀드를 조성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거나 좋은 게임을 만들고 있는 외부 개발팀에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주거후이 샨다 부총재는 "일본의 테크모와 미국의 THQ,한국의 엔씨소프트 등 해외 개발사와 합작을 통해 게임 개발역량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샨다가 이미 확보한 수억명의 회원(중복 포함)에 게임개발 능력까지 갖출 경우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샨다가 내놓은 게임들의 상당수는 우리나라의 대표 게임들과 엇비슷한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다. 샨다가 한국 게임을 표절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샨다가 2000년대 초반에 출시한 '전기세계'는 여러 면에서 '미르의 전설'을 닮아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행태는 향후 한국 업체들이 샨다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샨다의 고속성장이 한국기업들에 반드시 위협 요인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갖게 되면서 저작권 문제나 업계의 유통질서 등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중국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국 회사들이 자기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모방'이라고 할 정도로 표절 등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다"며 "산업이 성숙단계에 들어가면 업계 선두기업들을 중심으로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