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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곱창의 재발견…털털했던 곱창집 '깍쟁이'로 변하다

입력
2009-04-17 17:50:47
수정
2009-04-18 13:14:05
지면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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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인테리어…매캐한 연기 사라져
강남 신흥 곱창집, 고급 레스토랑 뺨쳐… 20~30대 여성에 '웰빙음식' 인기몰이

"신경 쓰이는 손님일수록 고깃집 대신 곱창집으로 모셔라."

요즘 서울 강남 비즈니스맨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접대 요령 중 하나다. 곱창집이 고깃집보다 가격도 높고,웰빙 음식으로 인정받아 '까다로운' 손님일수록 접대 효과가 더 좋다는 얘기다. 신사동 도산공원 사거리에 있던 고급 고깃집 '마나'가 이전한 자리에 럭셔리 곱창집 '연타발'이 들어선 것도 이런 정서를 대변한다.

일반적으로 곱창집하면 삼각지 '평양집'처럼 뿌연 연기 속에 허름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전통 명소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근 강남에서 인기를 끄는 신흥 곱창집들은 레스토랑 뺨치는 인테리어와 깔끔한 서비스로 '곱창집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곱창과 양,대창

과거 곱창집은 대개 도축장 근처에 있었다. 그 탓에 곱창하면 싸고 배부른 맛에 먹는 시장음식 정도로 치부됐다. 연탄 화덕에 불판을 올리고 곱창과 대파 양파 등을 구워 먹곤 했다.

곱창은 소의 작은 창자로,가루 같은 곱이 가득 차 있다. 대창은 큰 창자로 곱창보다 고급으로 쳐준다. 기름으로 가득차 있어 불에 구우면 고소한 풍미를 낸다. 요즘 곱창보다 더 인기인 '양'은 소의 위 4개 중 첫 번째 위장을 지칭한다. "양이 찼느냐"고 할 때 그 '양'이다. 쫄깃하고 맛이 진하며 살짝 덜 익은 채로 먹어야 맛있다.

미국산 소 내장에 광우병 위험물질(SRM)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양은 뉴질랜드산을 쓰고,대창과 곱창은 한우를 사용한다. 양은 수입산이라도 잘 처리하면 괜찮지만,곱창은 한우가 아니면 도저히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게 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다.

◆곱창은 '웰빙식품'

최근 곱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곱창은 쇠고기 등심보다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철분이 풍부해 영양도 뛰어나다. 양은 지방이 없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는다. 곱창과 양을 찾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곱창 전문점 '오발탄'을 운영하는 '행복을 굽는 사람들'의 남궁록 기획부장은 "손님 중 20~30대 여성 비율이 30% 정도 된다"고 말했다.

농촌생활연구소가 발간한 '소비자가 알기 쉬운 식품영양가표'에 따르면 한우 등심 1인 1회 섭취량(55g)은 열량이 1201㎉로 g당 2.18㎉쯤 된다. 반면 한우 곱창은 1인 1회 섭취량(30g)이 42㎉로 g당 1.4㎉이다. 특히 양은 지방이 없는 순수 근육질이라 '웰빙 부위'로 인정받고 있다.

맛에서도 양의 씹는 맛과 곱창의 쫄깃한 질감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담백해서 쉽게 물리지 않는다. 대신 곱창은 손이 많이 간다. 곱창에 붙어있는 맛 없는 부위와 기름기를 잘라내는 작업이 쉽지 않다. 곱창 가격이 올라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향수어린 강북 곱창집

강북의 곱창 명소들은 '깔끔''세련'과는 거리가 멀다. 매캐한 연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고,식당 내부와 화장실도 청결과는 거리가 있다. 전통 맛집들의 트레이드 마크가 '불친절'인양,주인과 종업원들도 퉁명스럽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점이 오히려 옛 시장통 향수를 불러일으켜 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통 곱창집의 대명사인 삼각지 '평양집'.드럼통을 개조한 식탁에서 합성숯으로 굽는다. 깍두기와 양을 잘게 썰어넣고 매콤하게 볶아 석쇠 위에 얹어주는 양밥(1만6000원)도 별미다. 양은 국내산이 2만5000원,뉴질랜드산이 2만3000원이다.

왕십리 '황소곱창'도 옛 정취가 살아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곱창집 메뉴가 단출한 데 반해 이 집은 다양한 메뉴가 특징이다. 왕십리 곱창골목의 대표 요리인 야채곱창,연탄불에 구워주는 돼지곱창 양념 · 소금구이,소곱창구이,양곱창,곱창전골 등이 있다. 30년 전통의 충무로 '서대문곱창'은 불판 바닥에 곱창을,그 위엔 쉽게 익는 차돌박이를 올려준다.

◆강남의 럭셔리 곱창 레스토랑

강남의 신흥 곱창집의 인테리어는 '럭셔리 레스토랑'을 뺨친다. 환기 시스템을 강화해 곱창집의 고질적 문제인 연기를 해결했다. 서비스 또한 강북 곱창집에 비해 훨씬 사근사근하고 세심하다. 벗어놓은 재킷에 냄새가 배지 않도록 수건으로 덮어주고 화장실에는 비데에다 핸드워시까지 구비했다.

'오발탄'은 서초동 삼성동 논현동 역삼동 등 강남에만 지점이 있다. 고기의 품질,양념,서비스,분위기 등에서 두루 좋은 평가를 받는다. 오발탄과 함께 '탄탄 브러더스'라고 불리는 '연타발'은 신사동과 서초동에 지점이 있으며 연예인이 많이 찾는다. 숯불에 훈제된 양구이와 모차렐라 치즈를 넣어주는 볶음밥이 특이하다.

청담동의 '양마니'는 양끝에 물탱크가 달린 특수 석쇠를 쓴다. 그 덕에 잘 타지 않는 대신 탄맛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선 맛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청담동 논현동 역삼동에 있는 '청담소'는 연예인 사인으로 벽을 장식해 놨다.

강남 곱창집들은 1인당 객단가가 4만원 안팎으로 비싼 편이다. 또 강북 곱창집들과 비교해 '깍쟁이' 같다는 느낌도 준다. 밸런타인데이 이벤트까지 여는 것을 보면 세련미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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