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군대생활을 할 때인 1997년. 아버님이 급성 간암으로 돌아가셨죠. 장례비용을 치르고 나니 세상에 남은 건 유산 1600만원과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투자자문회사 타임폴리오 사무실. 이곳에 만난 황성환 대표이사(33)는 "주식투자에 어떻게 입문했냐"고 묻자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200억원대 자산가이자 대규모 사모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그도 처음에는 개미투자자로 시작했다. 1999년부터 주식 매매를 시작, 유산 1600만원을 6년만에 30억원대로 불리면서 주위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투자는 사모펀드를 하면서 부터였다. 11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운용하면서 그의 자산운용 실적은 슈퍼급이 됐다.

업계에서 그는 직접 투자는 물론 주식형 헤지펀드 '타임폴리오 사모펀드'를 운용하면서 돈을 번 슈퍼개미로 통한다. 헤지펀드란 투자 위험 대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적극적 투자자본을 말한다. 투자지역이나 투자대상 등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목표로 하며, 투자위험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사촌형의 코스닥 대박에 자극…여의도서 먹고자며 주식공부

33세 젊은 나이에 200억원대 자산가가 된 황 대표의 주식투자 이야기는 군대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도 형제자매도 없이 외아들로 홀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그는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공학부에 입학했다. 1학년을 마친 1996년 군대에 입대했다. 1997년 황 대표가 초년병인 일병 시절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가 급성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 어렸을 때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고모와 할머니 손에서 컸던 그에게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부랴부랴 휴가를 내고 나와 아버지를 간호했지만 아버지는 한달 반만에 돌아가셨다. 유산으로 남긴 돈에서 병원비와 장례비를 치르고 나니 손에 쥔 돈은 1600만원.

이런 상황에서 황 대표는 의가사제대를 하지 않고 자대로 복귀했다.

"21살에 혈혈단신인 놈이 뭘 알겠습니까. 일찍 제대하고 1600만원 마저 쓰면 인생이 끝이구나 싶더라구요. 군대로 복귀는 했지만 휴가를 다 써서 제대까지는 꼼짝없이 감옥살이었어요."

그는 웃으면서 과거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당시 막막한 심정을 털어 놓을 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이듬해인 1998년 11월 제대한 황 대표는 1600만원으로 학교부근인 서울 신림동에 옥탑방 전세를 얻었다. 인생 홀로서기에 들어선 것이다.

"과외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닥치는대로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벼룩시장'을 펼쳤는데 신림동 현대아파트의 작은 평수도 2억원이 넘더라구요. 일반 회사에 들어가서 이걸 사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계산해보니 20년은 족히 모야야겠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젊은 나이에 인생의 쓴맛(?)을 보고있던 그에게 이즈음에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고종 사촌형은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해준다. 1999년 당시 코스닥시장에 투자 붐이 일었을 때 새롬기술에 투자해 대박을 냈다는 이야기다.

"고모님 댁에 놀러갔는데 형이 그러더라구요. 코스닥에 새롬기술이라는 종목에 투자했는데 500만원이 순식간에 5000만원이 됐다고. 그 때 딱 감이 왔습니다."

황 대표는 1999년 가을 과외로 모은 돈 300만원으로 투자에 입문하게 된다. 급기야 1년 뒤에는 전 재산인 옥탑방 전세금 1600만원까지 모두 투자해 본격적으로 주식매매를 시작했다.

"배수진을 친 겁니다. 옥탑방 전세금을 빼서 투자한 뒤 서울 신내동에 사는 작은 어머님 집에 월세를 내면서 살았죠. 그 즈음에 취직도 돼서 여의도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는 2000년 9월 주식 콘텐츠업체 '델타익스체인지'에 입사했다. 주식매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체인 이 회사는 보다 편리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에게 주식 매매를 하라고 독려했다.

환경공학도였던 그가 주식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이 때다. 장중에는 매매를 하고 퇴근후에도 회사에 남아 주식공부에 매달리게 된다.

"여의도 백상빌딩에 사무실이 있었죠. 아예 이불을 가져다놓고 밤을 새며 생활을 했습니다. 아침에 건물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깨워주시곤 했구요."

황 대표는 그 때가 정말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잠을 안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만, 주식시장의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는 것. 이렇게 모은 돈은 2000년 말까지 3000만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실전대회 1등 석권…대우증권에 입사하다

2001년 증권사들이 '주식투자 실전대회'를 앞다퉈 개최할 때 황 대표는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굿모닝증권(현 굿모닝신한증권)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 동원증권 실전대회땐 주어진 종자돈 3000만원을 1,2월 두달간 운용해 200% 수익률을 올렸고, 상금으로 6000만원까지 받았다. 이렇게 받은 상금 덕분에 황 대표가 가진 돈은 1억5000만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제가 공학도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당시에는 뭔가 종목을 깊이 발굴하고 공들이고 그러진 않았거든요. 종목에 대해서 집착이나 욕심도 크게 없었죠. 그래서인지 잃는 것 같으면 털고 나오고 좋아 보이면 사고 그랬어요."

당시 그는 코스닥 시장에서 테마주 투자를 통해 이익을 많이 남겼다. IT(정보기술)나 보안관련 섹터가 중심이었다. 업종별로 주도주를 고른 뒤 그 종목에 몰아서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스타일로 수익금을 불려나갔다. 주가가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일지라도 어느정도 수익을 올리면 미련없이 중간에 매도했다.

글=한경닷컴 김하나/사진= 한경닷컴 김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