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오픈마켓(온라인 장터)인 G마켓과 옥션이 판매자 신원 확인을 위한 공인인증제를 외면,소비자 피해를 방조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들은 불량 판매자들의 '먹튀' 판매,짝퉁 판매 등이 속출하고 있는 데도 공인인증제 도입 시 판매자 이탈로 인한 매출 감소를 우려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판매 사기 추적도 어려워

현재 G마켓 · 옥션의 판매자 가입 절차는 '회원선택→약관동의→정보입력(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실명확인)→가입완료' 등 4단계로 일반 회원과 같다. 정보입력 단계에서 판매자 본인임을 확인할 공인인증 장치가 없어 타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등록해도 물건을 팔 수 있다.

때문에 오픈마켓에선 △대금만 받고 물건은 배송하지 않는 먹튀 판매 △유사 · 가짜 상품을 파는 짝퉁 판매 △추가 할인이나 수수료 절약을 미끼로 직접 구매자와 접촉해 대금만 받고 잠적하는 직거래 사기 등이 빈번하다.

개인정보로 판매자의 휴대폰과 계좌번호를 등록하게 하지만 불량 판매자들은 애초에 대포통장,대포폰인 경우가 많아 추적도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전자상거래 관련 피해상담 건수는 3만1000여건,피해구제 사례는 3000여건에 달한다.

이 중 온라인몰 피해구제 신청 건수(작년 상반기)에서 상위 10개사 중 옥션이 185건,G마켓이 104건으로 각각 1,2위에 올랐다.

나미영 소비자원 과장은 "2006년 에스크로(구매자가 제품을 받은 것이 확인된 후 판매자에게 대금 지불) 제도가 도입됐지만 판매자 신원 확인이 미흡한 단점이 있어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자 공인인증제가 해법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선 판매자 공인인증제 도입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판매자가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은행 등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해 신원 확인을 거쳐야 하므로 판매자 정보가 보다 투명해지고 사후 추적도 가능해진다.

현재 3대 오픈마켓 중 11번가만이 지난해 7월부터 공인인증제를 반드시 거쳐야 판매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 판매자 먹튀 등의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정지연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 총괄팀장은 "공인인증제에 대해 옥션,G마켓과 2007년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이들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난이 커지자 G마켓은 "휴대폰 인증은 대포폰에 의한 피해 우려가 있으므로 휴대폰 인증제를 폐지하고 조만간 판매자가 신용카드 인증과 공인인증서 인증 중 하나를 선택해 본인 확인을 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용카드 인증은 이미 유출된 카드 정보를 이용할 수도 있어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옥션 측은 "공인인증제도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공인인증제 도입에 미온적인 것은 무엇보다 매출 감소 우려 때문.김영문 계명대 교수(경영정보학)는 "공인인증제가 본격 도입되면 불량 판매자들이 오픈마켓에서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며 "오픈마켓 입장에선 판매자가 많을수록 광고비,거래수수료 수입이 늘기 때문에 굳이 공인인증제로 판매자를 걸러낼 이유가 없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