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서 지하철 4 · 6호선이 교차하는 삼각지역 주변에 첫 '역세권 시프트(SHift)'가 공급될 전망이다.

역세권 시프트는 서울시가 주택을 지으려는 민간 사업자에게 해당 부지의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일정 부분을 장기전세주택으로 기부채납받는 것으로 작년 계획 발표 이후 실제로 공급된 사례는 없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제과업체인 오리온은 문배동 30-10 일대 본사 부지(9600㎡)에 역세권 시프트를 짓겠다는 계획안을 용산구를 통해 냈다.

오리온이 작성한 계획에 따르면 이곳에는 최고 100m(35~40층) 이하의 아파트 3개 동,총 301가구를 건립하는 대신 장기전세주택 몫으로 104가구를 지어 시에 기본형 건축비만 받고 팔게 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3종 일반주거지역(현재 용적률 250%)인 이곳을 준주거지역으로 올려주게 되면 전체 단지의 용적률은 500%에 달할 전망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이곳은 지하철 4 · 6호선 환승역인 삼각지역과 불과 300m가량 떨어진 초역세권으로 장기전세주택이 들어설 경우 큰 인기를 끌 것"이라며 "다음 주 서울시 도시 · 건축공동위원회 자문을 받은 뒤 바로 사업승인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어차피 이곳이 속해 있는 문배지구 주변 일대는 이미 CJ나인파크 등 주상복합 단지로 개발이 완료돼 개발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었다"며 "특히 단일 사업자가 부지 전체를 확보하고 있어 사업 속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전세주택 공급 확대를 주요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서울시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층고 문제만 빼면 사업 계획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300가구 이상 주택단지의 경우 사업승인만 받으면 지구단위계획 변경절차도 불필요하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분양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역세권 시프트를 짓기 위해 작년 말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를 마친 대흥역(지하철 6호선) 주변의 경우 주민들 간 이해 관계가 엇갈리면서 실제 사업 추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현재 여러 사업자들이 나서 주민 동의를 받고 있지만 서로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개발 제안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직접 공급하는 시프트는 주변 전세가의 60~80%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20년 이상 내집처럼 살 수 있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