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들이 표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4세대(G) 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의 해외 진출에 다시 드라이브가 걸렸다. 러시아,리투아니아 등이 최근 삼성전자의 장비로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브라질,일본,대만,쿠웨이트 등도 연내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4G 이동통신은 시속 120㎞로 달리는 차안에서도 초당 100메가비트(Mbps)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 흔들림없이 IPTV를 시청하고,동영상 통화를 하며,끊김없이 인터넷 검색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제한적으로 동영상 이용이 가능한 3세대를 훨씬 뛰어넘는 최첨단 통신수단이어서 '집밖에서 쓰는 개인용 초고속인터넷(퍼스널 브로드밴드)'으로도 불린다.

◆미국 · 아시아 찍고 유럽 · 남미로

4G 시장을 놓고 노키아,에릭슨 등 유럽업체들이 주도하는 롱텀에볼루션(LTE)이 한국형 와이브로와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글로벌 불황에 직면한 이통사들이 "형편이 풀릴 때까지 3세대를 쓰자"며 상용화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은 이 틈을 비집고 3세대를 경험하지 못한 러시아 동유럽 남미 아시아 등의 정보통신 후발국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북유럽 리투아니아 수도 빌리우스에서 현지 국영 방송국 LRTC와 함께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한 러시아 사업자 요타(옛 스카텔)도 지난달 말까지 2만5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포스데이타도 KT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 카자흐스탄 최대 민영 통신사업자 아르나에 와이브로 기지국 장비 등을 공급했다.

한국형 와이브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일부에서도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 스프린트는 지난해 9월 볼티모어에서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달에는 일본 유큐커뮤니케이션(UQ)도 도쿄,가와사키 등지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와이브로 단말기업체 모다정보통신도 일본 유큐에 와이브로 단말기를 수출하는 등 올해에만 30만대 이상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와이브로 장비를 수출한 나라는 상용 계약 기준 10개국 11개 사업자,시범사업까지 포함하면 19개국 23개 사업자로 늘어났다.

◆정부,수출 지원 총력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민간기업들로 구성된 남미 경협사절단은 1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를 시작으로 13일과 17일에는 각각 페루 리마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와이브로 등 국내 정보기술(IT)을 소개하는 로드쇼를 개최한다. 이들 국가는 그간 꾸준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험준하고 넓은 지형 등의 문제로 인터넷 등 IT 인프라 발전이 취약했던 곳이라 와이브로와 같은 무선 휴대인터넷 진출이 유망한 지역으로 꼽힌다.

로드쇼 기간 삼성전자,포스데이타 등은 브라질 텔레포니카와 앰브라텔,페루 로메로 그룹,콜롬비아 EPM 등 현지 유력 통신사업자들과의 상담회를 열어 수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이에 앞서 지난 6일 '방송통신 해외진출지원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와이브로,인터넷TV(IPTV) 등을 해외수출 4대 전략품목으로 선정했다. 총 사업비 66억원을 투입해 전략품목 수출 지원사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상용 경험 풍부한 게 와이브로 장점

와이브로는 2006년 6월부터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2010년께 상용화가 예상되는 LTE에 비해 4년가량 기술 개발이 빠르다. 안정성 검증,세부 기술 발전 등에서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LTE 진영 업체들이 상용화를 미루고 있는 것도 와이브로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LTE를 지지하는 주요 이동통신회사들이 불황 여파로 당초 예정된 2009년보다 투자 시기를 1~2년가량 늦출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와이브로와의 상용 시기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인터넷 사용에 최적화된 와이브로는 음성과 데이터를 송 · 수신할 때 초고속인터넷처럼 인터넷프로토콜(IP) 기술을 사용한다. 반면 이동통신에서 발전한 LTE는 음성(서킷),데이터(IP방식)로 나눠 처리해 통화 안정성을 높이는 등 약간의 기술적 차이점을 갖는다. 전통적으로 이동통신 기술은 유럽식(GSM,WCDMA)과 미국식(CDMA,EVDO) 기술이 표준 경합을 벌였으나 4세대에서는 미국식이 탈락하는 대신 삼성,인텔 등이 개발을 주도하는 와이브로가 선두주자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김태훈/류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