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애완동물을 기르는 집이 부쩍 늘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귀엽고 앙증맞은 동물을 소개하는 TV 프로들이 인기를 끌면서 더욱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개 고양이 새 물고기 등은 물론 햄스터 페럿 고슴도치 거북이 이구아나 뱀 장수풍뎅이 거미에 이르기까지 온갖 동물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요즘엔 애완동물을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부른다. 동물들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해 이들을 단순히 장난감 정도로 여기지 말고 더불어 사는 존재로 대우하자는 뜻에서 붙여진 호칭이다. 실제 반려동물들은 맹인의 눈이 돼주는 등 장애인들의 벗이자 길잡이 노릇을 해주는 한편 각종 신체적 심리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치료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 번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잘 안다. 특히 집안에서 기를 경우 배변 목욕 먹이 잠자리 예방접종 소음 등 신경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에 따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애완견 한 마리에 들어가는 돈만 줄잡아 한 달에 10만원이 넘는다. 병이라도 걸리면 지출 규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요즘 불황이 깊어지면서 버려지는 애완동물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05년까지 급증하던 유기 애완동물의 수는 지난 몇년간 감소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늘기 시작, 1만5600 마리가 넘었고 올해도 계속 증가 추세라고 한다. 즉흥적으로 동물을 입양했다가 비용 감당이 어려워지자 나몰라라 하는 주인이 많다는 얘기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물건 쇼핑하듯 애완동물을 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TV에 자주 나오는 외국산 품종의 개나 고양이 가격이 폭등하고 없어서 못파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걸 보면 명품 싹쓸이 쇼핑과 매한가지다.

그러나 유행 지난 명품이 싫증나듯 이들에게 애완동물은 그저 한때 흥미를 끌던 장난감 정도일 뿐이다. 반려동물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비록 먹다 남은 음식을 주며 마당에서만 길렀지만 죽은 뒤에는 온 식구가 함께 고이 무덤을 만들어 주었던 그 옛날 우리집 누렁이가 생각나는 것은 나뿐만일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