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해외순방을 떠날 때 사진은 누가 찍어 주나요?"(BWJones)

"각 나라에 있는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랑 우리 순방팀에서 같이 다니며 찍는답니다.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진기자들도 많이 있고요. "(TweetDeck)

지난 1일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집트를 시작으로 중동 및 유럽지역 순방을 떠났다는 소식이 발표된 후 한 네티즌이 미 국무부의 트위터(Twitter) 사이트인 '딥노트'(twitter.com/dipnote)에 올린 질문에 클린턴 장관 측이 답변한 내용이다. 클린턴 장관과 국무부 직원들은 딥노트와 더불어 '힐러리 클린턴 뉴스'(twitter.com/ClintonNews) 등 트위터를 통해 업무 일정을 상세히 전하고,네티즌들의 시시콜콜한 질문까지도 친절하게 응대해 준다. 클린턴 장관이 올린 내용은 그의 트위터에 등록한 5600여명 회원들에게 컴퓨터 및 휴대폰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최근 소규모 청중들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직접 대화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국무부 직원들과 만났던 클린턴 장관은 "정부가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데 더딘 모습을 보였다"며 참여와 양방향 교류를 강화한 '웹 2.0'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 정가에 트위터 열풍

요즘 워싱턴 정가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블랙베리와 더불어 미니블로그 '트위터'(Twitter)가 새로운 '웹 2.0 정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메신저와 휴대폰 문자메시지,싸이월드 같은 네트워킹 사이트를 한데 합쳐놓은 듯한 새로운 사이버 공간인 트위터(Twitter.com)는 겉으로 보기엔 점심 때 뭘 먹었고,직장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식의 신변잡기를 재잘대는 사이트에 불과하지만 미국 정치 인사들 사이에선 국민과의 중요한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전에도 트위터를 사용하는 정치인들이 간혹 있었지만 그땐 보좌진이 의원 대신 보도자료나 공식 일정을 알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비공개회의나 해외 순방 때 의원들이 직접 트위터를 사용해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트위터가 여론 형성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지난달 23일 트위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워싱턴의 10대 인물을 선정해 보도했다. 칼 로브 전 백악관 보좌관은 지난 1월 트위터 계정을 만든 이후 1만1000여명의 지지자를 모았다. 트위터에서 드러나는 로브의 익살맞은 면에 부시의 비판자들도 놀랐다. 미주리주 민주당 의원인 클레어 매캐스킬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견해뿐 아니라 일상 생활도 공개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NBC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 진행자인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하루 평균 18건의 트위터를 쓰면서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요구하거나 자신의 일상 생활을 공개하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19일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에 올린 글을 마지막으로 트위터를 그만뒀지만 지금까지도 28만명의 지지자를 보유해 가장 인기 있는 '트위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공화당의 불평분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애착을 갖는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과 정치 전문 웹사이트인 원케트의 전 편집자인 애나 마리 콕스,75세의 공화당 상원의원인 척 그래슬리와 민주당 선거 전략가인 조 트리피,2004년 대선에서 부시-체니 캠프의 웹사이트 관리자로 일한 패트릭 루피니,그리고 지난해 11월에 계정을 만든 앨 고어가 꼽혔다.


◆미국인 600만명의 소통 창구

'새가 지저귀는 소리'라는 뜻인 트위터는 2006년 8월 처음으로 출시된 뒤 2007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현재 회원 수는 약 600만명으로 2년 만에 120배나 늘었다. 지난달엔 벤치마크캐피털 · 인스티튜셔널벤처파트너스(IVP) 등 미국 주요 벤처투자자들로부터 총 35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며 돈가뭄에 시달리는 IT(정보기술) 벤처기업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이번 투자 유치에서 트위터의 기업 가치는 2억5000만달러로 평가됐다.

트위터는 '유 · 무선 통합 블로그 서비스'다. 이동 중일 때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트위터 페이지에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트위터를 '휴대폰용 미니 블로그'라 불러도 큰 무리는 없다. 트위터는 간단한 메모를 통해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를 주변에 알리는 데 적합하다. 이렇게 남겨 놓은 메모들은 자신이 볼 수도 있고,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메시지는 한 번에 140자로 제한되지만 하루에 몇 건을 올리든 괜찮다. 서비스 이용료도 없다.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전송할 때만 이동통신 회사에 건당 10센트의 요금을 내야 한다.

트위터는 '뭐하고 있나요?'(What are you doing?)란 제목에 그저 답하는 형식으로 꾸며진다. 다른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들처럼 트위터의 계정을 만들면 친구들을 자신의 페이지로 초대하거나 기존 회원들과 접속할 수 있다.

트위터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내가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정보가 기껏해봐야 얼마나 되겠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것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점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까지 적어 글을 올리다보면 어느덧 일기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도 묘한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유명인 사칭 등 부작용도

최근엔 트위터 계정이 유명 인사의 이름을 흉내내거나 기업체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메시지의 진정성과 신뢰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7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강타자인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을 최근 시인하자 트위터 메시지가 들썩거렸고 메시지 중에는 미 프로농구(NBA) 스타 샤킬 오닐의 이름을 딴 '리얼 샤크'가 쓴 내용이 주목을 끌었다. 리얼 샤크는 "오케이,내가 2년 전 경기력 향상 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시인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당시 트위터 사용자들을 크게 흥분시켰지만 정작 샤킬 오닐 본인과는 무관한 일로 드러났다. 샤킬 오닐은 최근 온라인에서 자신의 이름을 누군가가 흉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트위터 계정에 등록,사용하기 시작했다. 트위터 측은 '사칭 메시지'를 보내는 계정을 일부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샤킬 오닐의 경우처럼 실명을 가장한 메시지들이 빈발하면서 트위터 메시지의 진정성 논란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