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기적'은 사막의 신기루였을 뿐일까.

풍부한 오일머니의 힘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내며 '중동의 진주'란 찬사를 받았던 두바이가 막대한 외채에 못 이겨 아랍에미리트(UAE) 연방정부에 손을 벌리며 금융위기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두바이는 '작은 메뚜기'란 이름 뜻에 걸맞게 자기 몸 길이의 수십배 높이로 뛰어오르는 메뚜기처럼 가난한 어촌마을에서 불과 40여년 만에 세계 관광 및 금융허브로 우뚝 솟았지만,경제를 지탱해온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UAE 중앙은행은 22일 두바이에 10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 자금은 두바이 정부가 연 4% 이자율의 만기 5년짜리 장기 국채 200억달러어치를 발행하고,이 가운데 절반을 UAE 정부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원된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두바이 정부와 기업이 지고 있는 외채 규모는 약 800억달러로,두바이 국내총생산(GDP)의 1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월 6000선을 넘어섰던 두바이 증시는 이날 1531.88에 마감,최근 1년 사이에 약 74% 하락했다.

23일에는 UAE중앙은행의 자금지원에 힘입어 전날 대비 7.9% 반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UAE의 중심국인 아부다비 정부가 두바이의 추락이 UAE 전체 경제의 몰락을 예고한다는 위기의식에서 전격적으로 두바이 지원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두바이의 고급 부동산 가격은 작년 고점 대비 50% 이상 급락했고,대부분 국영기업인 두바이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공사를 중단하거나 완공 시기를 늦추고 있다. 두바이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로 정부가 31%의 지분을 보유한 에마르프로퍼티는 다음 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올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주지 않겠다고 공표할 예정이다. 두바이 국왕인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이 소유하고 있는 두바이홀딩도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두바이 관광업계도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두바이 고급 호텔 투숙률은 68.5%로 전년 동기에 비해 약 13%포인트 떨어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