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사가현 북서부의 가라쓰시에서는 한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 · 일 해저터널' 지질 조사를 위한 갱도 공사다. 현재 육지로부터 547m 길이까지 해저터널이 뚫려 있다. 이 공사를 맡은 고다기연의 후지하시 겐지 사장은 "앞으로 1300m까지 더 팔 것"이라며 "지금까지 조사로는 한 · 일 해저터널을 건설하는 데 지질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 일 양국 간에 논란이 돼온 해저터널이 민간 수준에선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통일교를 중심으로 한 민간단체들이 타당성 조사 등을 마치고,기술 검토에까지 착수한 상태다. 통일교는 규슈~쓰시마섬~거제도를 가장 유력한 루트로 정하고,조사터널을 위해 가라쓰시에 3만평의 땅까지 확보했다. 한 · 일 해저터널을 양국 정부가 합의만 하면 곧바로 굴착공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 · 일 해저터널 구상은 1981년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국제평화고속도로 건설 방안 중 하나로 제안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두 나라 정치권에서도 간헐적으로 필요성이 제기되다가 2007년 고건 전 총리가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천문학적 건설비에 따른 불확실성,한 · 일 간 신뢰 부족 등으로 공식 추진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 · 일 해저터널을 주장하는 일본 측 민간단체인 국제하이웨이재단 가지쿠리 겐타로 이사장은 "한 · 중 · 일 경제협력이라는 큰 틀에서도 한 · 일 해저터널은 뚫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 일 해저터널은 규슈에서 최단거리인 거제도까지 뚫더라도 거리만 200㎞를 넘어 영국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50.5㎞)의 4배나 되는 세계 최장 해저터널이 된다. 공사 기간만 10년 안팎,총 건설비는 160조~200조원으로 추정된다.

가지쿠리 이사장은 "한 · 일 해저터널이 생기면 한국과 일본이 자동차 2시간 거리로 가까워진다"며 "연간 산업파급 효과도 한국은 54조원,일본은 88조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이 대륙으로 보내는 수출 물량의 통행료만 받아도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경제적 효과 때문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작년 10월 일본 재계 인사들에게 한 · 일 해저터널 건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규슈=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