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애플이 아이폰 두 번째 모델(아이폰 3G)을 내놓은 직후 광파리는 블로그에 이상한 제목의 글을 두 차례 올렸습니다. '애플 이번엔 장외홈런? 앱스토어(App Store) 오픈!''아이폰보다 앱스토어가 더 무서운 이유'가 그것입니다. 전 세계가 아이폰 3G에 열광할 때 저는 앱스토어가 더 대단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아이폰 3G는 대단합니다. 터치스크린에 풀브라우징은 당시엔 상상도 못했습니다.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축소하는 멀티터치 기능과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스크롤 기능,가로보기 세로보기를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기능도 환상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사고 파는 앱스토어야말로 장외홈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앱스토어가 왜 대단할까요? '개발자 천국'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오픈함에 따라 누구든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대박을 터뜨릴 수 있게 됐습니다. 종래는 이동통신사가 모든 걸 쥐고 흔들었죠.개발자들은 억울해도 이동통신사 실무자에게 굽신거려야 했습니다. 이젠 실력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니 세계 최고의 개발자들이 몰려들겠죠.

소비자 입장에서도 '천국'입니다. 마음에 드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서 첫 화면에 아이콘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앱스토어에는 공짜 애플리케이션도 널려 있죠.저는 아이팟터치에 고스톱,방구,뉴스 등의 애플리케이션 등을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공짜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애플 앱스토어는 판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겨우 반년이 지났는데 애플리케이션 1만5000개가 올라왔고 다운로드가 5억건에 달했습니다. 휴대폰 메이커들은 기존 방식으로는 이걸 능가할 수 없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휴대폰에 내장할 수 있는 기능은 많아야 수십개,수백개 아닙니까.

경쟁사들의 대응 방안은 뭘까요? 뾰족한 대안이 없을 때는 따라하는 게 상책입니다. 앱스토어와 비슷한 걸 만드는 겁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9일까지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9'가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행사 기간에 여러 업체들이 애플 앱스토어와 비슷한 모델을 공개했거나 공개할 예정입니다. 세계 1,2위 휴대폰 메이커인 노키아와 삼성전자도 그렇습니다.

노키아는 16일 앱스토어를 오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5월 중 9개 국가에서 '오비 스토어(Ovi store)를 연다는 겁니다. 우선 N97 모델부터 적용한 뒤 점차 늘려나가기로 했습니다. 노키아는 애플과 마찬가지로 애플리케이션 판매대금의 70%를 개발자가 갖게 할 예정입니다.

삼성도 앱스토어 대열에 동참합니다. 그동안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해온 경험이 있어 전혀 새로운 건 아닙니다. 삼성은 지난달 29일 영국에서 앱스토어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휴대폰 운영체계(OS) 업체들도 나섰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드명은 스카이마켓.윈도모바일 OS를 탑재한 휴대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거래하는 장터입니다. 안드로이드 OS를 공개한 구글은 지난해 10월 대만 HTC가 첫 구글폰 G1을 내놓을 때 안드로이드 마켓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는데 이달 중 유료 애플리케이션 거래를 시작합니다.

이 밖에 스마트폰 블랙베리로 유명한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도 올봄에 앱스토어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모든 휴대폰 메이커들이 애플과 비슷한 앱스토어를 운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동통신사 중에도 앱스토어를 준비 중인 곳이 있습니다. 유럽 오렌지는 5월 중 앱스토어를 열기로 했고 중국 차이나모바일도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앱스토어가 모두 성공할까요? 세계 1,2위 휴대폰 메이커인 노키아와 삼성,모바일 OS 공급사인 마아크로소프트와 구글….면면을 보면 모두 쟁쟁한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절반만 성공해도 다행이 아닐까요? 소비자와 개발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앱스토어만 살아남을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