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이 흰 국화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경건한 자리에 수많은 꽃 가운데 유독 국화가 헌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례식에 국화꽃이 사용된 것은 100여년 전 구한말 개화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교문화가 지배하던 당시엔 장례식에 꽃이 아니라 향을 피우며 명복을 빌었다.

하지만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서구문화가 유입되면서 흰 국화와 검은색 상복이 장례식장에 등장했다. 서양에선 국화가 '고결''엄숙'을,검정색은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장희주 한국화훼협회 회장은 "개화기 이후 서구 기독교 문화가 들어와 복식 간소화 등 실용적인 장례문화가 시작됐다"며 "흰색 상복과 삼베옷을 입는 한국 전통 장례문화에 어울리는 흰 꽃은 국화밖에 없어 조화로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례식에 국화를 사용하는 관습은 4만년 전 구석기 시대에도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979년 충북 청원군 두루봉에서 구석기 동굴인 '홍수굴'이 발견됐다.

당시 동굴에선 다섯 살배기 어린 아이 유골도 함께 출토됐는데 유골 위에 고운 흙이 뿌려져 있었고 그 흙 속에서 국화꽃 가루가 나왔다고 한다.

발굴에 참가한 고고학자들은 "당시 구석기인들의 식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며 "구석기 시대 유골에서 국화과 · 십자화과 · 운향과 · 명아주과의 열매와 씨앗이 종종 발견되는데 평소 그들이 먹다 남긴 꽃씨를 유골에 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만년 전 이야기지만 고인이 즐겨 먹던 음식을 같이 놓아주며 안락한 사후세계를 믿었던 것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