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그간 전개해온 대남 압박전술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미사일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의도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지난달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의 '대남 전면대결 태세 진입' 성명과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정치군사합의 전면 무효화' 성명의 연장선상이다. 오바마 미 정부의 관심을 끌어 양자회동을 성사시키겠다는 목적인 만큼 실제 미사일을 발사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北,미와 양자회동 노림수

사정거리가 4300~6000㎞인 대포동 2호 미사일의 시험 발사가 성공할 경우 미국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겨냥할 수 있다. 사정거리가 1만㎞에 이르는 개량형(3단계)이라면 본토 서부지역까지 사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이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된다면 미국은 북한의 직접적인 핵공격 위협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가자지구 사태 해결 등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적 관심을 한반도로 돌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지부진한 진행 상황을 보이고 있는 6자회담과 미국의 대북특사 선임 지연 문제 등도 북한의 '벼랑끝 전술' 선택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2006년 7월 미사일 카드로 미국을 움직인 전례가 있다. 당시 북한은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시험에 이어 10월에 핵실험을 감행,미국과의 양자회동을 성사시켰다.

차기 6자회담에서의 기선제압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서는 미사일로 긴장국면을 조성해놓고 이를 이용해 부담스러운 검증국면을 건너뛰고 미사일과 핵무기,북 · 미 관계정상화 등을 놓고 미국과 포괄적 담판을 지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남한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도 북한의 조바심을 자극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움직임이 여러곳에서 포착된 이날도 정부는 별 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차분한 대응' 원칙을 고수했다. 북한이 공세수위를 높여가는 한 요인이다.


◆연평해전 직전 움직임과 유사


북한의 공세가 점차 그 수위를 더해가면서 실제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30일 조평통 성명 발표 이후 노동신문 등 각종 매체를 총동원해 연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는 1999년 연평해전 발발 직전의 북한 움직임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연평해전 발발 당시에는 남북간의 대화 채널이 어느 정도 존재했다는 점에서 남북간의 대화가 단절된 지금 상황은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관측된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