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로벌 음료회사의 한국 마케팅 팀장인 A씨는 몇 년 전 해외 본사가 기획해 내놓은 신제품을 국내에 출시했다가 낭패를 겪었다. 여성을 겨냥한 과일향을 첨가한 제품이었는데 이메일과 전화로 관련 자료를 받았을 때만 해도 큰 문제가 없는 줄 여겼다. 그러나 웬걸.막상 출시해 보니 아시아인들에겐 새로운 향이 거부감을 줘 실적은 저조했다. 나중에 한국 외 아시아 담당 매니저들과 입을 맞춰봤더니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는 "이런 정보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실패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2 요즘 A씨의 업무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덕분에 한결 수월해졌다. 메신저로 본사 및 각국 지사 마케팅 팀장들과 전략회의를 하고,메신저에 등록된 사람을 클릭해 웹 컨퍼런스를 열고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한다. 동영상을 비롯해 대용량 자료도 웹을 통해 금세 이뤄진다. 화상회의 중에 방을 만들고 이곳에 자료들을 넣어 놓으면 가상 서버에 저장된 자료들을 웹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

기업의 오피스 환경이 변하고 있다. 더 똑똑해지고(smart),에너지를 절약(saving)하며,업무 효율을 높이고(satisfied) 있다. 핵심은 웹을 통한 협업이다. 이메일,메신저,휴대폰,사내 게시판 등 분산돼 있던 사무용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이 웹을 매개로 하나로 통합되면서 지구 반대편에 떨어진 글로벌 지사와의 협업도 마치 한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진행될 전망이다.

◆웹으로 통하는 비즈니스

IBM은 '스마트 워크플레이스(smart workplace)'를 모토로 내걸고 이 분야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키워드는 통합이다. 다양한 IT(정보기술) 도구들을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용량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번거로운 파일 압축을 거쳐 이메일을 보낼 필요가 없다. 가상 서버에 저장하면 접근 권한을 가진 이들은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고 웹에서 바로 열어 볼 수도 있다. 메신저에 있는 동료의 이름을 클릭하면 인터넷 전화로도 바로 연결된다. 이를 위해 IBM은 글로벌 인터넷 전화 기업인 스카이프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밥 피카치노 IBM 로터스 소프트웨어 사장은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한 화면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구글 캘린더 등 개인적으로 활용하는 인터넷 도구들도 간단한 설치 절차만 거치면 통합할 수 있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도 쉽게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M은 한걸음 더 나아가 ERP(전사적 자원관리),SCM(공급망관리) 등 기업 내 모든 협업 수단들을 통합시킨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14일 미국 올랜도에서 6000여명의 협력사 및 고객사 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로터스피어 2009'에서 ERP 분야 세계 1위인 독일의 SAP사와 제휴해 신제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다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결과는 업무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과다한 해외 출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료를 주고 받느라 생기는 시간의 공백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창 회자되고 있는 '그린(green) IT'의 실현인 셈이다.

기업 외부와의 연결성도 확장된다. IBM이 최근 선보인 '로터스 커넥션'은 미국 1위 비즈니스 인맥 관리 사이트인 '링크드인'과 제휴,기업 외부에 산재한 전문가들을 쉽게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와인펀드를 출시하고자 하는 증권사 직원 B씨의 경우 확장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활용해 펀드 기획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사내에선 아무리 뒤져도 펀드 전문가만 있을 뿐 와인 전문가는 없던 차에 '로터스 커넥션'을 통해 적당한 인물을 찾아낸 것.'와인'이란 키워드를 입력했더니 '로터스 커넥션'이 등록된 인물들의 프로필을 비롯해 이메일 송수신 제목까지 낱낱이 검색해 적절한 인물을 추천해준 덕분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스마트폰 덕분에

똑똑해지는 오피스를 가능케 하는 기술의 핵심은 클라우드(cloud) 컴퓨팅이다. 이 기술은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저장해 놓은 뒤 언제 어디서나 기본 기능을 갖춘 단말기로 복잡한 컴퓨터 작업을 수행토록 하는 게 특징이다.

'포스트 웹'을 구현해주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에릭 슈미츠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미래 인터넷 경제의 최대 화두"라고 말하기도 했다. '클라우드'라는 명칭은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들을 더 이상 지상(개인 PC)에서 하지 않고 구름 위(중앙 서버)로 올려보낸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컴퓨팅 기술의 진보 못지 않게 '손 안의 PC'라고 불릴 만큼 휴대폰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486 PC급의 속도와 처리 능력을 갖춘 스마트폰 덕분에 굳이 사무실 컴퓨터에 목매지 않고도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제안하는 통합된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것.

IBM은 2011년까지 전 세계 모바일을 통한 웹 사용자가 2006년에 비해 191%가 증가한 1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휴대폰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대체하는 새로운 강력한 업무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