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ㆍ도교육감에 지정 권한…교육과정 등 자율성 확대

면접ㆍ추첨으로 선발…"사실상 고교 평준화 틀 깨져"

국가 보조를 받지 않는 대신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자율형 사립고 30곳이 2010년에 첫선을 보인다. 자율형 사립고는 2011년엔 30곳,2012년엔 40곳 추가돼 모두 100개로 늘어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자사고 입시에서 학교가 별도로 필기시험을 보는 것을 금지하고,내신ㆍ면접ㆍ추첨 등을 활용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29일 입법예고했다.

◆시ㆍ도교육감에게 자사고 지정 권한 부여

자율형 사립고는 교육과정과 교원 인사,학사관리 등 각 부문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한 사립학교다. 일반 고교와 달리 학생선발에서 자율권을 갖는다. 교육과정도 국민공통교육과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무학년제ㆍ교과교실제 등을 통해 학교 자율로 운영할 수 있다. 납입금도 시ㆍ도교육감이 정하도록 해 사실상 학교 자율로 책정할 수 있다.

학교재단이 학교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내야 하는 법인전입금도 일반 고교(수익용 기본재산 발생 수익의 80% 이상)나 자립형 사립고(학생납입금 총액의 25% 이상)와 달리 학생납입금의 5% 이하(도 소재지의 경우 3% 이하)만 내면 된다.

자율형 사립고의 지정 권한은 시ㆍ도교육감에게 있다. 다만 평준화 지역은 교과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모집단위는 자립형 사립고와 달리 광역 시ㆍ도별로 모집한다. 선발방법은 평준화 지역의 경우 교육감이 정한다.

비평준화 지역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발하지만 필기고사는 볼 수 없다. 대부분 자율형 사립고는 면접과 추첨 형식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사회적 배려 대상자 비중을 2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완성


자율형 사립고 도입이 확정되면서 마이스터고와 기숙형 공립고,자율형 사립고로 이어지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모두 현실화됐다. 교과부는 올해 산업수요 맞춤형 고교인 마이스터고 9곳과 농ㆍ산ㆍ어촌 지역에 기숙형 공립고 82곳을 지정했다. 자율형 사립고 30곳이 개교하는 2010년에는 마이스터고 20곳,기숙형 공립고 142곳이 운영된다.

정부는 이를 '고교 선택권 확대'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고교 평준화의 틀이 깨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심은석 교과부 학교정책국장은 "평준화를 보완했다고 봐 달라"며 "다양한 학교가 운영되면 학생의 선택기회가 늘어나 교육 만족도가 증가하고 공교육이 강화돼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고 전환 추진 학교들 '환영'

그동안 자율형 사립고를 추진해 왔던 일선 사립고교들은 정부 발표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율형 사립고의 법정 전입금 비율이 당초 논의됐던 학생 납입금의 10%보다 낮은 3~5% 수준에서 결정돼 학교재단 측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필기고사 금지 등 학생 선발 권한이 제한된 것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옥식 서울 목동 한가람고 교장은 "집중력 위주로 학생들을 1차로 걸러낸 뒤에는 추첨을 해도 괜찮다"며 "기존 특목고처럼 성적 위주로 학생들을 뽑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의 다른 사립고 교장은 "자사고 추진은 환영하지만 학생 선발에서 추첨을 도입하는 것은 반대"라며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필기고사를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