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사 보유 핵심 기술을 개방하긴 했죠.그러면 뭐합니까? 갖다가 써도 돈 벌 방법이 없는 걸요. "

국내 1위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가 지난달 말 개발자 센터(dev.naver.com)를 열고 핵심 웹 기술들을 공개했다. 약 한 달이 지난 26일,네이버에 공개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한참 뒤에야 "사이트를 연 지 얼마 안돼 사례가 별로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유가 궁금해 웹 개발자 몇몇에게 전화를 걸었다. 답변은 한결 같았다. "폐쇄적이던 네이버가 원천 기술을 공개한 것은 분명히 진일보한 일이다. 하지만 갖다 쓴다고 한들 돈을 벌 방법이 없다"는 것.위젯을 개발하는 A사 대표는 "세계적인 추세가 개방이라니까 네이버도 등떠밀려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웹 개발자들은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의 개방 정책을 살펴보면 네이버와의 차이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애플리케이션(위젯 등 응용 소프트웨어.줄여서 '앱(app)'이라고도 부른다) 장터를 운영하면서 기술 개발자와 애플이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미국에서 인맥관리사이트를 운영중인 B사 대표는 앱스토어 모델을 이렇게 표현했다. "API(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를 공개할테니,이 규칙을 따라 자유롭게 앱을 만들어봐라.그러면 애플 사용자들에게 너희가 만든 것을 판매할 공간을 마련해주겠다. 대신 판매 수익금은 나눠 갖는다. " 반면 네이버는 자체 기술을 개방하기는 했지만,외부인이 그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콘텐츠를 네이버에 노출하기 힘들다. 이게 국내 개발자들의 불만이다.

요즘 국내 인터넷 분야 기술 개발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애플,구글,페이스북,마이스페이스 등 온통 해외 IT 기업에 어떻게 하면 진출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이들 기업이 기술을 개방한 데다 돈을 벌 수 있는 직거래 장터까지 마련해놓아 잘만 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술 개방→다양한 콘텐츠 확보→사용자 편의 증대→수익 창출'이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기술 개발자들도 혜택을 공유함은 물론이다. 네이버도 상생이 가져다 줄 시너지 효과를 이제라도 깨달아야 할 이유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