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F&B의 동원참치는 1982년 12월 첫 출시 이후 25년간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수 상품이다. 동원참치는 올 한 해도 약 2억캔의 참치를 판매했다. 1분당 380캔,초당 6.3캔씩 팔려나갔으며 올 한 해 동안 국민 1인당 4캔을 소비한 셈이다. 이를 일렬로 늘어놓을 경우 지구를 반 바퀴 돌 수 있으며,백두산과 한라산을 9번,서울과 로스앤젤레스(LA)를 한 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은 1980년대 초반 국민소득이 1000달러를 넘어선 데다 머지않아 2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참치 캔 제품을 개발해 출시에 나섰다. 서정동 동원F&B 홍보팀장은 "참치 캔은 국민소득 2000달러 이하인 나라에서는 팔리지 않는 선진국형 식품"이라며 "현재 태국에서 가장 많은 참치 캔을 생산하지만,정작 태국 국민 중 참치 캔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제품 출시 초기 동원참치는 소비자 인지도가 떨어지고,광고 및 마케팅 비용에 따른 적자 운영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김 회장을 비롯한 전 직원들이 평일에 전국 매장을 돌며 직접 제품 진열 및 1일 판매사원으로 뛰었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유원지나 기차역 주변,등산로 입구 등에서 행락객을 중심으로 동원참치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 시식행사를 벌이며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참치 캔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편의식품'으로 인식되며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동원참치는 편의식품들이 다양화하면서 또 다른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또 '캔'식품이라는 인식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동원F&B는 참치 자체의 가치를 향상시키기에 나섰다. '건강식품'으로서의 참치를 부각시킨 것.서 팀장은 "참치는 고단백 저지방 수산물로 칼슘 DHA EPA 단백질 오메가6 비타민 등 인체에 유익한 영양 성분이 다량 들어 있는 건강식품"이라며 "참치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이 치매나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참치는 미국 심장병학회(AHA)에서 심장병 예방을 위해 권고하고 있다"며 "미인사관학교로 유명한 베네수엘라에서는 참치가 미녀들의 몸매 관리를 위한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이라고 귀띔했다.

이후 동원F&B는 '바다에서 온 건강'이라는 컨셉트를 내세워 광고,홍보 등 마케팅 활동에 집중했다. 그 결과 최근 건강을 지향하는 웰빙 열풍과 맞물려 2003년 2000억원을 넘어서면서부터 정체를 겪고 있던 연간 매출액이 2007년 들어 전년 대비 17% 성장한 2570억원을 기록했다.

동원F&B의 경쟁력은 제품 개발이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은 웰빙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기존 스탠더드참치 외에 올리브유참치,포도씨유참치 등 프리미엄급 참치를 내놓았다. 이 외에도 칠리소스,짜장,불고기 참치 등 다양한 맛의 참치 제품을 출시했다. 빵이나 크래커에 발라 먹는 슈나페와 같이 참치의 용도를 반찬에서 간식으로 바꾼 제품도 있다. 서 팀장은 "동원F&B의 목표는 참치를 편의식품이 아닌 건강식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12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