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iquitous 얼리어답터를 유혹하라

#1.자타가 공인하는 얼리어답터인 직장인 L씨(32)는 최근 큰 맘 먹고 디지털기기 두 개를 장만했다. 풀터치 스크린폰 '햅틱2'와 델의 넷북 '인스피론 미니 9'이 바로 그것.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불경기라지만 L씨는 터치폰과 넷북이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가려면 터치폰으로 나만의 UI(유저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시계,주식,달력 등을 바탕화면에서 바로 체크해야 하고 카페 등에서 작고 가벼운 넷북으로 파워포인트 발표자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게 L씨의 지론이다.

#2.지하철로 통학하는 대학생 M씨(23)는 왕복 1시간30분 동안 최근 장만한 스마트폰 'T옴니아'로 지상파DMB도 보고 웹 메일도 체크한다. 수업시간에 발표할 파워포인트 파일을 웹 메일에서 내려받아 열어보다가 지겨워지면 음악이나 동영상을 감상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1시간30분이 뚝딱 지나간다.

L씨와 M씨처럼 생활비를 줄여서라도 최신형 디지털기기를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터치 기능으로 감각적인 디지털 생활을 누리고 휴대성 살린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한 것. 연말 연시를 앞두고 내년에도 유행을 이끌어갈 디지털기기의 트렌드를 짚어봤다.



touch…touch 멈추지 않는 터치 열풍

'터치 바람'은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트렌드였다. 휴대폰,MP3플레이어,내비게이션,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 최근 나온 디지털기기 치고 터치 스크린을 장착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를 끈 것은 삼성전자의 풀터치스크린폰 '햅틱' 시리즈다. 햅틱은 출시 6개월 만에 60만대,햅틱2는 출시 10주 만에 30만대나 팔렸다. 자신만의 진동을 만들 수도 있고 바탕화면에 날씨,시계,주식 등의 위젯을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끌어다 놓을 수 있어 터치의 재미를 십분 살렸다.

최근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모바일용 운영체제(OS)인 '윈도 모바일'을 탑재한 스마트폰 'T옴니아'가 지난달 27일 출시된 뒤 12만대 이상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터치폰의 인기가 스마트폰의 인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여기서 나온다.

특히 내년 4월부터는 위피(WIPI) 의무화가 폐지돼 애플의 '아이폰',구글의 '구글폰'등 해외에서 인기있는 터치 스마트폰이 국내에 출시될 전망이어서 터치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터치 기능을 활용한 디지털 기기의 발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코원의 MP3플레이어 'S9',민트패스의 신개념 네트워크 기기 '민트패드' 등 터치 기능을 강조한 디지털 기기가 최근 선보였다. 메모,UI,네트워킹 등의 다른 기능과 터치 기능과의 조화도 내년에 주목해 볼 점이다.


be simple 누구나 쉽게 하나로 OK!

내년에도 이어질 디지털기기의 트렌드 중 하나는 융합(convergence).

MP3플레이어,내비게이션,전자사전,PMP 등 디지털기기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만큼 이들 기기의 기능을 하나로 담아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된 셈이다.

최근 코원의 PMP 'O2'를 구입한 직장인 K씨(28)는 "MP3플레이어와 전자사전을 갖고 있지만 따로 들고 다니기 불편해 작고 가벼우면서도 모든 기능을 갖고 있는 PMP를 골랐다"며 "기능보다는 용도에 따른 구매 패턴이 대체적인 흐름인 것같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출시는 융합을 보여주는 큰 흐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한 디지털기기업체 관계자는 "내년에는 손 안의 작은 PC로 불리는 스마트폰이 대거 출시될 것으로 보여 국내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며 "MP3플레이어,전자사전,PMP 등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는 기기를 찾는 수요는 줄어들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독특한 기능과 디자인,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좋은 장점을 살린 디지털기기는 꾸준히 인기를 끌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