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애플의 아이폰같은 첨단 스마트폰이 활성화되지 못한 데는 SK텔레콤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이 블루버드소프트의 PDA폰 판매와 온세텔레콤을 통한 인터넷 콘텐츠 구매를 제한해 사업활동을 방해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17억15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SK텔레콤은 블루버드가 지난해 개발한 PDA폰 BM500에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네이트에 바로 접속하는 기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개통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트의 매출 감소를 우려해 방해했다는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매출은 2003년 1조3200억원에서 지난해 2조8000억원 규모로 크게 증가했다. 올 들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는다.

공정위는 "국내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은 공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동통신사에 거의 예속된 구조"라며 "이동통신사의 이익에 반하는 휴대폰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번 사건처럼 개발돼도 출시와 유통이 억제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아이폰과 블랙베리폰 같은 첨단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어도 국내에서는 완전한 사양의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블루버드는 산업용 PDA를 제조해 오다 2005년부터 일반 소비자용 PDA폰을 개발해 왔다. BM500은 음성기능 외에도 지상파 DMB, 512메가바이트의 내장 메모리, 외장메모리 등을 국내 최초로 모두 탑재한 고기능 PDA폰으로, 개발 당시부터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됐다는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SK텔레콤은 또 2005년 6월 이후 팅(Ting) 요금제 가입자의 온세텔레콤을 통한 콘텐츠 구매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KTF나 LG텔레콤은 콘텐츠 구매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최소한의 틈새시장만이라도 제조업체 주도로 첨단 휴대폰이 개발 유통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며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도 사업자 간 경쟁 촉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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