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힘들어지면 삶이 팍팍하다. 돈이 없다는 것은 단지 불편할 뿐이라고 멋지게 말한 사람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돈이 떨어지면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요즘 제일 하기 좋은 것은 뭐니뭐니해도 돈 안드는 오락이다. 예전에는 기름 닳는다고 등잔불 끄고 일찍 자다 보니 밤이 너무 길어서,기찻길 옆 오막살이도 자다가 시끄러워서 깨보니 딱히 할 일도 없고 몸으로 사랑을 나누다 나누다 아기만 자꾸 태어나 농구팀,야구팀,심하면 축구팀까지 일꾼을 늘려 나갔다.

그러나 요즘은 제 먹을 것은 제가 가지고 태어나기는커녕 아기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부부가 섹스를 하다 보면 임신할까봐 콘돔이나 자연주기법이나 질외사정으로 피임을 대충 하는데,좋아 죽겠는데 뺀다고 뺀 게 질질 흘리기나 하고,'느낌이 안좋다'며 장화(?)를 벗는 순간 실패하고 아내가 수술대에 올라가는 꼴을 봐야 한다. 그 순간 남편은 죄책감을 느끼며 정관수술을 하리라 굳게 다짐하지만 아내가 퇴원해 미역국을 훌훌 마시는 순간 아까 한 생각은 생각에서 꼬리를 내린다. 이런 무책임한 남편들 때문에 유배우자 여성의 39%가 낙태를 경험했다고 한다.

기운 차린 아내가 이래서는 안 된다며 정관을 묶을 것인지 난관을 지질 것인지 특단의 조치를 내리자며 남편을 압박한다. 그러나 아내에게 강요당하거나,심한 거부감이나 건강 염려증이 있는 남성은 정관수술을 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조사에 의하면 시술 후 정신건강에 아무 변화가 없는 남성은 85%,좋아진 남성은 10%지만 5%는 나빠졌다고 한다. 이 나빠진 사람은 타인의 강요나 수술이 잘못되었을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고,좋아진 사람은 피임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애 낳고 소파수술하고 그런 것 볼 때는 정말 미안하지.그래서 내가 수술을 하긴 해야 되겠는데,왜 그런지 기분이 나쁘거든….하면 안 될 것 같고 정력도 약해질 것 같고…."

"제가 소파수술을 서너 번하고 나니까 남편이 얄미워지더라고요. 그런데 남자들이 수술을 하면 정력이 떨어진다니 어쩔 수 없이 내가 배꼽수술을 했어요. "

남자는 몸에 칼을 대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켕기는 이유가 따로 있어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 아내에게 떠밀려 병원에 가기 일쑤다. 흔히 수술하기 싫어하는 남자들은 수술 후 정력이 약해질까봐,성욕이나 발기 능력에 이상이 있거나 정액이 안나와 사정의 쾌감이 없어질까봐,살이 찔까봐 수술을 안하고 뺀질거린다. 그런데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는 부고환에서 성숙해 저장돼 있다가 정관을 통해 정낭과 전립선에서 분비된 정액과 함께 사정관을 통해 요도로 나오는데 이 중 정자의 통로인 정관만을 차단하는 것이 정관수술이다.

많은 사람들은 정액과 호르몬을 헷갈려 한다. 고환에서는 정자뿐 아니라 남성호르몬도 생산하는데 정자는 전용 수송통로인 정관을 이용하고,남성호르몬은 별도의 수송통로인 혈관을 통해 순환하기 때문에 정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정관이 묶이면 생산된 정자는 부고환에서 자연히 몸으로 흡수된다. 그래서 정액에서 10%밖에 안 되는 정자만 없다 뿐이고 다른 정액 성분은 모두 정상적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사정할 때 나오는 사정량에는 큰 변화가 없으며,사정할 때 느끼는 쾌감도 그대로다. 어떤 사람은 수퇘지를 거세하면 살이 찌고 고기가 부드러워지듯이 사람도 정관수술을 하면 살이 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으나 이는 정관을 잘라내는 수술과 고환을 잘라내는 거세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 번의 인공유산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은 출산과 다를 바 없이 몸이 축나는 일인데도,자기 일이 아니라고 피임을 등한시하는 남편들을 이따금(?) 본다. 유산을 몇 차례 겪고 나면 여자는 성관계가 신경 쓰이고 임신이 무서워 오르가슴은 먼나라 이야기가 돼 버린다. 둘이 등장하는 게임에 한 사람이 울고 있는데 미친 척하고 모른 체 혼자 즐거워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고 얌체다. 결혼을 했더니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아기까지 낳아주는 아내가 고맙지 아니한가. 피임은 오락부장 몫이라고 생각해주면 안 될까? /

한국성교육연구소 www.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