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스위치
니콜라스 카 지음│임종기 옮김│동아시아│1만5000원


월드와이드웹 덕분에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온 세상의 컴퓨터가 거미줄처럼 엮이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미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네트워크가 컴퓨터다'라는 마케팅 슬로건을 내걸었다. 책상에 외로이 놓인 데스크톱 대신 이젠 네트워크,즉 인터넷에 기반한 '월드와이드 컴퓨터' 시대를 예언한 것이다.

이 회사에 있던 에릭 슈미트는 이것을 '구름 속의 컴퓨터'라고 명명했다. 소켓에 플러그를 꽂아 전기 기기를 쓰듯이 인터넷에 물리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저 구름 속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메모리 칩과 응용 소프트웨어,데이터를 불러내 쓰는 시대.이 같은 제2의 PC혁명은 150년 전 전기가 세상을 바꿔 놨듯이 또 어떻게 사회와 경제,개인의 삶을 바꿔 놓을 것인가. 수익체감의 법칙과는 반대로 투입 요소량을 줄여도 높은 생산성이 보장되며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무상 제공하는 시간과 아이디어로 디지털 상품이 제조되고 유통된다. 하지만 다중의 생산물을 소수가 전유하는 플루토노미 체제가 되고,인터넷은 급기야 '팬케이크 인간'을 양산한다. 그 끝은 우리가 믿고 싶지 않은 괴담―인간은 컴퓨터에 종속될 것이다.

저자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편집장을 지낸 정보기술(IT) 비즈니스 분야 칼럼니스트.2003년 'IT는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는 글로 업계 최고 전문가의 명성을 얻었다. "기업의 컴퓨터 시스템은 이제 전기와 같은 일상재가 돼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기업의 경쟁력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것이 논지였는데,IT 붐 절정기였던 당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과감한 주장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나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휴렛팩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 같은 IT업계 최고경영자들로부터 격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