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여명 소아암 진단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는 한국계 러시아 어린이 안드레이(10)는 지난해 11월 심한 복통을 앓았다. 현지 병원에서 맹장염인 줄 알고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오진으로 판명됐다.

주민 소득에 비해 의료 수준이 낮은 지역적 취약성이 드러난 것.

뒤늦게 혈액 및 골수검사를 해보니 혈액암이 의심돼 올 5월 한국에 입국, 삼성서울병원 소아암센터를 찾았다. 급성림프구성백혈병으로 진단돼 한 달간 항암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이후 병원 근처의 소아암 어린이 쉼터에서 지내며 한 달 더 통원 치료한 끝에 병세가 호전돼 러시아로 되돌아갔다. 두 달에 한 번씩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고,한 달에 한 번씩 전화 진료를 통해 먹는 항암제와 주사 항암제의 용량을 조정하면서 치료 중이다.

이 센터는 어린이에게 주로 발생하는 소아암을 집중 치료하기 위해 2004년 확장,개원했다. 소아암은 국내에서 매년 약 1500건이 새로 발생하고 이 중 70% 정도가 완치되고 있다. 혈액암의 하나인 백혈병이 전체 소아암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와 함께 뇌종양 림프종 신경모세포종 망막모세포종 등 다양한 고형암이 어린이의 생명을 위협한다.

센터는 매년 약 200명의 소아암 환자를 진단하고 90∼100건에 이르는 조혈모세포(골수)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7년 연속으로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이식을 실시,단일기관으로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2004년 3월에는 국내 최초로 서로 다른 두 명의 제대혈을 한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해 백혈병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

복부 등 신경절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소아암 중 네 번째로 많이 발병하는 신경모세포종은 5년 무질병 생존율 62.1%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 성적도 보유하고 있다. 소아과를 비롯해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등 소아암과 관련된 여러 진료과끼리 유기적인 협진이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베트남 등에 사는 외국 어린이들이 연간 10명 이상 찾아오고 있다.

구홍회 소아암센터장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를 위해 삼성카드 후원으로 병원 인근에 '참사랑의 집'이란 소아암 환자 쉼터를 만들었다"며 "환자와 가족들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선도적인 치료기법을 개발함으로써 소아암이 더 이상 난치병으로 취급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