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열 목사 고려수도원 개원 관상기도 보급

서울 방학1동 강북성심병원 인근에서 수도교회를 운영하던 박노열 목사(61)는 지난 4월 부활절을 즈음해 교회를 해산했다. 다른 교회로 가서 신앙생활을 하라며 신자들을 떠나보낸 것이다.

그 대신 다음 달부터 그는 영성회복을 위해 관상기도를 실천.보급하는 고려수도원(www.koabbey.com)을 개원해 관상기도 수도모임(수도회)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개신교 수도원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현실에서 그가 교회까지 해산하며 수도원을 연 까닭은 무엇일까.

"1992년부터 재가(在家)수도 운동을 해왔고 최근 2∼3년 동안 교회와 수도원을 겸하면서 운영해 왔어요. 그러나 교회를 운영하려면 신자들을 양육하고 보살펴야 하므로 성도는 수사로,교회는 수도원으로 만들겠다는 제 뜻을 이루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더 나이 들기 전에 수도원을 제대로 해보자 싶었죠."

박 목사는 10여년의 군 생활과 개인사업 등을 거쳐 마흔이 넘어서야 신학교에 들어갔다. 1991년 목사가 된 뒤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삼각산에서 밤새 기도하면서 여러 차례 신비한 경험을 했다. 천둥번개가 치는 여름날 비가 오는 것도,천둥번개가 치는 것도 몰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아무리 묻고 찾아봐도 답을 구할 수 없었어요. 그러다 신학교 때 영성을 가르쳤던 분이 관상기도를 해보라고 해서 혼자 서점이며 인터넷을 뒤져 독학으로 수도원의 역사와 영성,관상기도 등에 대해 공부를 했죠.실제로 관상기도를 해보니 내게 일어난 신비한 일들이 나는 몰랐지만 주님이 하신 것임을 알 수 있었어요. "

그는 관상기도에 대해 "사고와 단어와 정서를 넘어서서 절대 신비이신 하나님께 우리의 가슴과 마음을 열어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하나님이 내 곁에,내 안에 계심을 확인하고 온전히 사랑하게 된다는 얘기다.

관상기도를 하려면 반가부좌 자세로 등을 곧게 세운 채 편안히 앉아 주님.예수.아버지.사랑.평화.고요 등의 거룩한 단어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단어를 조용히 떠올리며 집중한다. 심연에서 떠오르는 온갖 생각과 잡념까지 다 버리고 나면 마치 거울을 닦은 것처럼 깨끗해진 상태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번 기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가량.하루 두 차례 이상 기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기도는 하나님과 나누는 마음의 대화입니다. 따라서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 뿐만 아니라 그분의 음성을 듣고 뜻을 헤아리는 기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나님이 뭐라든 나만 '주여!' 하고 외치면 되겠습니까. 영성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인데 예수님의 참 자아를 무시하고 내 생각,내 마음대로 살아서는 안 되죠."

박 목사는 "종교개혁을 하면서 수도원의 영성과 전통을 개혁교단이 버리고 온 것은 잘못"이라며 "영성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선 '개신교적' 수도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 수도원처럼 정주 수련과정을 열기는 어렵지만 아무 때라도 집 가까운 곳에 머물며 기도할 장소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고려수도원에 지금까지 130명이 다녀간 관상기도 기초과정을 비롯해 심화과정,각 교회에 관상기도를 보급할 강사 양성을 위한 관상아카데미 등을 열고 있다.

(02)955-6732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