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이 약 2년간 개발해 온 새 웹브라우저 '구글 크롬(Google Chrome.로고)'을 3일 내놓는다. 글로벌 1위 소프트웨어 기업이자 인터넷 익스플로러(IE)로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텃밭을 빼앗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구글이 워드,엑셀 등 MS산(産)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고도 웹을 통해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구글 웹오피스'를 선보인 이래 두 번째 격돌이다.

◆구글의 선전포고

구글은 '크롬'의 베타 버전(정식 버전 이전에 테스트용으로 출시되는 것)을 한국을 포함한 세계 100여개국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크롬'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인 소스 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개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소스 기반의 웹 브라우저로 공짜로 배포된다.

조원규 구글코리아 대표는 "속도와 안정성을 월등하게 향상시켰으며 기존 브라우저에선 불가능했던 차세대 웹 응용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있는 강력한 엔진을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크롬은 동영상을 구동하는 데 최적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크롬' 개발은 인터넷으로 통하는 관문격인 웹 브라우저를 MS가 장악한 것에 대해 반기를 든 행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MS는 지난달 새 웹 브라우저인 'IE 8.0 베타2'를 출시하면서 인터넷 이용자의 웹 열람 이력을 수집하지 못하도록 한 기능을 추가,구글에 칼끝을 겨눴다. 웹 열람 이력을 통해 개인에 특화된 맞춤형 광고를 보내 돈을 벌어 온 구글로선 반가울 리 없는 기능이다. 구글 입장에선 자기 입맛에 맞는 웹 브라우저 개발이 절실했던 셈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크롬'이 MS 주도의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오창환 SK커뮤니케이션즈 검색고도화개발팀 부장은 "구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에 최적화된 웹 브라우저 크롬의 사용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PC 완제품에 아예 윈도(운영체제·OS)와 IE를 탑재해서 내놓는 국내 현실에선 '크롬'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IE의 점유율은 98%에 달하기 때문이다.

◆MS와 구글의 정면충돌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MS와 구글 간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의 각종 문서를 웹에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든 작업을 할 수 있는 '구글 웹오피스'를 올초 선보이며 이미 MS를 자극해 왔다.

MS가 야후 인수에 공을 들이고,최근 패스트서치라는 검색 엔진 개발 업체를 인수한 것도 인터넷 시장에서 구글에 주도권을 뺏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권도혁 큐박스 공동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출발해 인터넷을 차지하기 위해 전진하는 MS와 인터넷에서 시작해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석권하려는 구글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