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무 서울대 총장이 지난 5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임기(2010년 7월) 내 서울대를 법인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립대 법인화 문제가 대학가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국.공립대는 서울대와 달리 국립대 법인화에 반대한다. 재정적인 독립을 포함하고 있는 법인화가 이뤄질 경우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40개 국.공립대 교수협의회연합회는 지난 12일 긴급 회동을 갖고 "서울대의 법인화 추진은 '서울대 이기주의'의 발로"라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도 "국립대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늘리지 않는 한 법인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이 총장이 법인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법인화가 대학의 자율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열쇠'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립대 법인화는 국립대를 국가로부터 독립된 법인으로 전환해 인사.조직.재정.운영 등의 자율성을 확보하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국립대에도 경쟁과 자율의 운영방식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국립대 법인은 학내.외 인사가 참여하는 이사회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고 총장은 최고경영자(CEO)가 되어 대학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게 된다.

◆서울대 철밥통 깨고 글로벌 대학으로


이장무 총장은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되면 대학의 자율권이 보장되며 재정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총장의 리더십이 강화되고 학과와 교과의 개설과 폐지 등이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인화는 서울대가 무사안일 주의에 빠진 철밥통을 깨고 경쟁 원리를 동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한 발판이라는 것.

이 총장의 이 같은 바람은 작년 4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입법예고한 '국립대학 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명시돼 있다. 법안에 따르면 국립대 총장은 4년 단위로 성과 목표를 정하고 이를 공표하도록 돼 있다. 교과부는 운영 실적을 평가해 행정과 재정 지원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교과부가 특별예산 배분을 '무기'로 대학 행정에 간섭해온 폐해를 줄일 수 있다. 구자문 교과부 대학자율화추진팀장은 "국립대 법인화는 정부의 행정 규제가 대폭 축소된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대학자율화"라고 말했다.

◆재정열악한 대부분 국.공립대 반대

전국 54개 국.공립대 중 상당수는 법인화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비교적 높고 지명도가 높아 기부금이 몰리는 서울대에 비해 지방 국.공립대의 경우 재정의 상당수를 정부지원에 의존하고 있어 법인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의 한 국립대 총장은 "국립대 법인화는 교과부가 국립대에 대한 지원을 끊고 독자생존하라는 것"이라며 "현재의 재정구조로 국립대 법인화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국립대 법인화 반대론자는 또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학생 부담 증가 △상업화로 인한 기초 학문 위축 △교직원 신분 변화로 인한 조직 불안정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 국립대 고사로 인한 지역 불균형 심화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기업처럼 운영하다보면 국립대이자 교육기관으로서 공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논리다.

◆20년 넘은 해묵은 과제

국립대 법인화 논의는 정부 자문기구인 '교육개혁심의위원회'가 1987년 '교육개혁 종합구상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국립대 법인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한 이래 20여년 동안 논란이 돼왔다. 작년 6월 관련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전국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의 거센 반발과 사학법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인해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으며 17대 국회가 해산하면서 자동폐기됐다.

현재까지 법인화가 이뤄진 국.공립대는 내년 3월에 개교하는 울산과학기술대 한 곳에 불과하며 논의가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곳도 인천대밖에 없다.

하지만 국립대 법인화는 '대학 자율화 및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어서 현 정부 내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8.15 광복절에 개혁 조치를 발표하면서 국립대 법인화 등의 교육 개혁 관련 정책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웅/성선화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