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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1원짜리 소프트웨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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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정가 5400만원짜리 소프트웨어를 1원에 낙찰받으면 어떻게 먹고 산답니까?"

    최근 한국전력연구원에서 진행한 '전력선 통신 인증 서버용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1식'의 전자입찰에서 국산 DBMS 1위 업체 A사가 1원에 낙찰받자 B사 등 경쟁업체 관계자들은 울분을 토했다. B사는 추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2695만원)에 써냈지만 최저가 낙찰방식에 의거,1원을 써낸 A사에 밀린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42조 제1항'에 명시된 제도다. 그동안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이를 악용,'1원짜리 소프트웨어'를 낳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전력연구원에서 제품 구입을 담당하는 총무팀 물류파트의 정유상 파트장은 "1원이라는 터무니 없는 가격에 응찰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최저가 원칙에 따라 A사 제품을 낙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사 사장은 "1원을 써낸 건 잘한 일은 아니지만,다음 계약 때 이득이 있을 거라고 보고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원 수주'의 파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출혈 수주를 한 소프트웨어업체가 유지 보수 등 관리비용을 제대로 투입할 리 없고,그 여파는 제품을 구입한 고객사에까지 고스란히 돌아간다. 최근 6억원짜리 데이터베이스관리 제품을 300만원에 적어낸 경쟁사에 밀려 제품을 낙찰받지 못한 소만사의 김대환 사장은 "1위 업체는 밀리지 않기 위해,후발업체는 매출을 하나라도 잡아서 따라가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 낙찰이 성행하고 있다"며 "적어도 추정가의 80% 정도로 가격을 적어내야 손실을 내지 않을 수 있는데 이렇게 가다간 고객사도 업체도 다 망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12월엔 법제처에서 0원짜리 응찰가격도 유효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어 앞으로도 업체들의 무분별한 입찰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업체들의 자발적인 정화노력밖에 뚜렷한 대안이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민지혜 산업부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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