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머리를 다듬으러 미장원에 갔을 때다.

한 쪽의 TV에서 "남자들은 믿고 있다,자기가 친구보다 잘 생겼다고"라는 말이 나오는 국제전화 CF가 방영됐다.

미용사가 이 장면을 보고 "진짜 그래요?" 하며 웃었다.

"글쎄요…"라고 얼버무렸는데,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허나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1990년대 꽃미남 배우 트로이카를 구축한 후 지금까지도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장동건,정우성,이정재 중 누가 가장 잘 생겼을까라는 '유치찬란한' 생각이었다.

여자들이 진짜 예쁜 여자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듯,남자도 진짜 잘 생긴 남자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쨌든 잘 생긴 남자 세 명의 외모를 비교해 보자.1972년생인 장동건과 1973년생인 정우성과 이정재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항상 진지하게 촬영에 임하고,연기에 대한 욕심은 무한대다.

멋진 외모 때문에 연기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고민일 정도다.

그리고 영화계에서 이젠 어엿한 중심 세력으로 촬영현장에서 20대,30대 초반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아쉽게도 장동건과 정우성은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없지만 이정재는 '태풍'과 '태양은 없다'를 통해 호흡을 잘 맞췄다.

이들 중 장동건은 누구나 인정하는 '조각남'이다.

비율이 잘 맞는 반듯한 얼굴은 데뷔 때부터 화제였다.

다른 남자 배우들과 함께 서 있을 때도 눈에 띄는 꽃미남이 바로 장동건이다.

같은 남자인데 왜 이렇게 다르냐며 하늘에 원망하고 싶어질 정도다.

여기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커다란 눈동자는 결정타다.

'친구' 이후 강한 남자 역할만을 맡아 남성미를 물씬 풍기고 있지만,CF에서는 카리스마를 잠시 숨기고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니 모든 여성의 로망이 되기에 충분하다.

정우성은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얼굴이다.

우수에 찬 얼굴 표정은 반항의 기운이 물씬 풍기며,나이가 들면서 눈의 음영이 짙어져 고독한 남자의 멋까지 있다.

또 정우성은 몸 전체에서 뿜어내는 영화배우의 포스가 있다.

슬리퍼에 청바지,면티만 입은 정우성을 만난 적이 있는데,한 마디로 '꺄악' 소리가 나게 멋있었다.

이정재는 야생의 사자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야생의 날것이 아닌 정제된 날것이다.

젠틀하면서 겸손한 느낌의 외모 속에는 야생의 본능이 꿈틀거린다.

그래서 첫눈에 들어오는 매력보다는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게 이정재의 매력이다.

이때문에다양한 장르를 오갈 수 있도록 만든다.

장동건,정우성,이정재는 이제 한국 영화계의 든든한 허리가 됐다.

CF 속의 가사 마냥 수많은 꽃미남 후배 배우들이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30대 후반으로 가고 있는 이들은 이제 연기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이들의 영화가 기대되는 것은 멋진 외모를 바탕으로 한 농익은 연기가 배어나기 때문이다.

멋진 남자의 멋진 연기,상상만으로도 멋지다.

/이원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