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는 연구대학이라는 곳이 너무 많다.모두 다 연구대학이 될 필요는 없고,연구중점 대학,교육중점 대학,법학ㆍ의학ㆍ경영전문대학,예술대학 등으로 대학 특성이 세분화돼야 한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지난 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강원도 양양 쏠비치호텔에서 개최한 '2008하계총장세미나'에서 '대학교육과 경쟁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며 "고등교육을 이끌어 갈 지도자 역할을 할 연구대학은 소수에 불과한 만큼 나머지 대학들은 각기 다른 목표를 설정해 특성화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총장은 "미국의 경우,남들을 이끄는 '지도자 역할(리딩 롤)'을 하는 연구대학은 전체 대학의 3~5% 정도에 불과하다"며 "연구라는 것이 세계적인 것이므로 국내 경쟁력이 아니라 세계 경쟁력을 가져야 지도자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썰매개'에 비유하면서 8마리의 개가 끌고 있는 알래스카 썰매의 모습을 담은 슬라이드까지 직접 준비했다.

"앞에 있는 두 마리가 방향을 정한다.나머지는 따라가는 역할이다.그러나 아무리 따라가 봐야 끝이 나지 않는다.KAIST는 그런 걸 하지 않겠다. 앞의 두 마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서 총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세미나에 참석한 147개 대학 총장들 중 상당수는 '공감한다'는 뜻을 보였지만 일부 총장들은 "국내 대학이 200개인데 이 중 3%라면 연구대학이 6개만 있으면 된다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 같은 총장들의 반응에 대해 "연구대학은 교육보다도 깊이있는 연구에 집중하는 대학을 말하는 것이고 이 중에서도 지도자 역할을 하는 대학은 전체의 3~5%에 불과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 총장은 '지도자 역할'을 하는 연구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들이 목표를 잘 설정해야 하며,그 다음으로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중점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그걸 정부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결정돼야 한다."

서 총장은 또 대학의 특성화가 반드시 '한 분야'에만 특화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 분야에만 특화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앞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여러 분야의 융합으로 가기 때문에,큰 목표를 설정한 다음에는 관련 분야의 연구진이 같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KAIST는 이 같은 융합분야에 대한 중점 투자를 위해 EEWS(에너지 환경 물 지속가능성의 약자),IT,BT,NT,서비스 등 8개 분야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양양=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