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재주있는 소장 학자들을 선발해 독서에 전념토록 1년 정도 휴가를 주었다.

이를 사가독서(賜暇讀書)라 했다.

내로라했던 신숙주 박팽년 성삼문 등이 사가독서의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왕이 직접 술잔을 건네고 의복까지 내릴 정도로 총애를 받았는데 여기에는 더 높은 학식과 교양을 쌓아 임금을 보필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사가독서제는 집현전의 혁파와 함께 세조때 폐지되었다가 독서를 즐겼던 성종이 부활시켰다.

당시 서거정은 독서를 할 장소에 대해 상소를 했다고 한다.

"독서를 하는 문신들이 도성안의 집에 있으면 찾아오는 벗이 많을 것이니 따로 장소를 정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신경 쓸 일이 없어야 정신집중이 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지극한 상식인 모양이다.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은 게 바로 독서당이었다.

인재들이 책을 읽는 장소를 호당이라 했는데,옥수동 근처 한강변을 동호(東湖)라 했고,마포 근처는 서호(西湖),용산 근처는 남호(南湖)라 했다.

따라서 동호에 있었던 독서당이 동호당이었다.

이율곡의 동호문답(東湖問答)은 바로 동호당에서 특별휴가를 받아 저술한 일종의 리포트였다.

서울시가 7월부터 사가독서 개념의 학업휴가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3일 동안의 별도 유급휴가를 받아 책을 읽고 독후감 형식의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독서를 통해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3일이 짧을 수는 있다.

그러나 독서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데는 충분한 시간이 될 법도 하다.

어차피 사가독서제를 도입했다면 다양하게 운영했으면 어떨까 싶다.

우수한 독서가를 선정해 인센티브를 주고,내용이 훌륭한 감상문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발표의 기회도 마련하는 것이다.

독서 워크숍도 좋은 방법이다.

조선시대 인재관리 시스템으로 활용됐던 사가독서가 공무원들에게 분발의 계기가 되고 아울러 어려운 시대를 헤쳐가는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