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ㆍ태평양지역 대학 총장들은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플랜' 도입을 위한 전단계로 '대학 신디케이트 결성'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며 향후 구체적 실행을 위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학 총장들은 28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에서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열린 '제3회 2008 APAIE(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 컨퍼런스' 마지막 날 세션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에라스무스 플랜'은 유럽연합(EU) 대학 간 학생교류 프로그램으로 상호 학점 인정,공동 커리큘럼 개발 등을 통해 31개 EU 회원국 대학생 150만명이 지역 내 다른 국가에서 수업을 들으며 학점을 따고 있다.

우선 리처드 얀키호 홍콩시티대 총장은 여러 대학들이 출자해 공동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대학 신디케이트'를 제안했다. 이는 각 대학 간판 학과의 커리큘럼을 조합해 한 대학에서 수강토록 하자는 아이디어다.

예컨대 홍콩시티대 학생은 자기 캠퍼스에서 한국 고려대의 경영학 과목과 중국 인민대의 경제학을 수강하게 되며,고려대와 인민대 교수는 정기적인 출장이나 2~3주간 현지 집중강의를 통해 홍콩시티대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얀키호 총장은 "홍콩시티대 고려대 인민대가 모여 하나의 완성차가 되는 원리"라며 "모든 부품이 모여 하나의 차를 만들 듯 각 대학들이 유기적으로 모여 또다른 대학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계에선 상당히 혁신적인 아이디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도 않다"며 "대학 신디케이트와 같은 시도가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도입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칼라 로카텔리 이탈리아 트렌토대학 부총장은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플랜 도입 전단계로 '유럽-아시아 에라스무스'를 제시했다.

이는 유럽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아시아 대학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우선 유럽 학생들이 아시아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학위를 따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로카텔리 부총장은 "유럽의 에라스무스 본부가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는 아시아 대학을 유럽 대학에 연결시켜주겠다"며 "이는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플랜이 만들어지기 전 아태지역 대학들에 학생 교환 노하우를 쌓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클렘슨대학의 제임스 크로스 국제관계처장은 가상의 대학인 '아이디어 대학'도 아시아판 에라스무스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디어 대학이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학교다. 이 대학은 학생들의 창의력,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한 커리큘럼 개발만 담당한다.

여러 대학에서 모인 교직원들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여기에 참여한 대학들이 이 커리큘럼을 활용하게 된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수토코마메 인도네시아대 위다타대 총장은 "대학의 국제화가 인도네시아와 같은 중진국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학 통합과정에서 교육 선진국과 후진국 간 갭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이두희 APAIE 회장(고려대 국제교육원장)은 이날 열린 총회에서 2년 임기의 제2대 회장으로 재선임됐다.APAIE는 제4차 컨퍼런스를 내년 중국 인민대학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도쿄=장성호/성선화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