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자 아파트 분양시장에 속칭 '깜깜이 분양'이 크게 늘고 있다.

'깜깜이 분양'은 주택업체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 '법정 청약기간'에는 청약을 받지 않고 대충 넘긴 뒤 자신들이 원하는 기간을 새로 잡아서 본격적인 홍보를 하고 분양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공급물량의 전부를 법정 미분양으로 처리해서 모든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선착순 분양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요즘처럼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건설업체들이 법정 청약절차를 통해 분양할 경우 청약기간과 계약기간이 별도로 잡혀 있어 순위 내 청약자들을 계약으로 연결시키는 비율이 낮아 이 같은 묘책을 쓰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신규분양에 나선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많은 단지 상당수가 '깜깜이 분양'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이 방식은 미분양이 우려되는 지방이나 수도권 비인기 단지에서 주로 활용돼왔다.

깜깜이 분양을 준비하는 업체는 법정 청약기간에는 오히려 일체의 홍보활동을 하지 않는다. 모델하우스도 형식적으로 열어놓고 청약 안내도 거의 하지않는다. 그러다가 깜깜이 분양시점에 견본주택을 본격 개장하고 모든 홍보활동을 펼친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파악된 '깜깜이 분양' 단지는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에서 8곳에 이른다. 일부 지방단지에서 활용됐던 깜깜이 분양이 이처럼 수도권까지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수도권에선 지난 2월19~21일 법정청약을 받았던 부천시 송내동 부천엔파트가 눈에 띈다. 이 단지는 정식 청약기간에는 홍보를 거의 안하고 있다가 지난 2월29일 견본주택을 정식 개장했다. 이후 정식 계약기간이 끝나는 5일 이후부터 모든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을 상대로 즉석 분양에 돌입하는 깜깜이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법정 청약일정을 소리없이 끝내고 견본주택을 개장하는 곳도 있다. 울산시 신천동 '엠코타운'과 대구 범어동 '삼성쉐르빌'도 지난달 12일부터 14일까지 별도의 광고 없이 조용히 청약일정을 넘겼다. 계약기간은 두 곳 모두 2월 말이었기때문에 일정상으로는 지난달 법정 청약 일정을 마쳤다. 이로써 현재 공급대상물량은 법적으로는 전량 미분양물량이 된 셈이다. 따라서 삼성쉐르빌은 오는 7일,엠코타운은 이달 중에 견본주택을 열고 선착순 분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아예 장기전에 돌입한 단지도 있다. 청약,발표,계약을 일찌감치 마치고 조용히 미분양 처리를 한 다음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된 뒤 모델하우스를 정식 개장하는 방식이다. 강원 원주시 우산동에서 한라건설이 공급하는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작년 12월27일 순위 내 청약을 받고 계약기간도 지난 1월에 모두 넘겼다.

그러나 모델하우스는 올 가을 이후 정식으로 개장할 계획이다. 디에스건설이 경남 진해시 이동에서 짓는 아파트와 수원시 인계동 희성건설 아파트도 각각 지난 1,2월에 법정 청약일정을 간단히 마쳤다. 하지만 '깜깜이 분양' 일정은 잡지 않았다.

'깜깜이 청약'이 이처럼 늘어나는 이유는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에서 12만가구에 이를 정도로 분양시장이 침체되고 있어서다. 또한 어차피 대거 청약미달이 예상되는 법정 청약기간에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 조용히 법정 절차를 넘긴 다음 전량을 미분양 처리해 새롭게 선착순 공급하는 게 휠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깜깜이 분양은 미분양 물량 공급인 탓에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을 상대로 상담하고,즉석에서 계약서를 발부할 수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