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파충류 비늘 같은 피부 때문에 '도마뱀 소년'이라 불리는 어린이의 불우한 처지가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현지 뉴스포털 오케존은 자카르타 근교에 살고 있는 '도마뱀 소년' 아리(12)가 태어날 때부터 온 몸의 피부가 딱딱해져 도마뱀의 비늘 같이 보이는 기이한 질병을 앓고 있다며 그의 이야기와 함께 사진을 27일 보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네 아이들은 아리를 '코모도'라고 놀리며 피하고 또래 아이를 둔 부모들은 자녀가 아리와 같은 병에 전염될까봐 아리와 노는 것을 막고 대문을 잠그기 일쑤여서 보는 사람이 측은하게 느낄 정도라고 오케존이 전했다.

코모도는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 서식하는 왕도마뱀의 일종이다.

아리의 엄마 에르나는 난산 끝에 제왕절개수술로 아리를 낳았으나 흉측한 모습으로 태어난 아리를 보고 충격을 받은 아리의 아버지는 아내와 아들을 버렸다.

아리는 빵을 만들어 파는 어머니와 어렵게 생활하고 있어 병원치료는 엄두도 못 낼 뿐만 아니라 의사조차도 난치병이라고 진단해 치료를 포기한 채 피부가 굳는 것을 막는 연고만 바르고 있다.

아리의 외할아버지 샤르판은 아리의 엄마가 임신 4개월쯤 됐을 때 집으로 들어온 왕도마뱀을 잡아 다리와 배를 묶고 때린 적이 있다며 이로 인해 벌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외할아버지는 이웃들과 함께 도마뱀을 학대하지 말라고 충고했으나 딸이 막무가내였다고 전했다.

외할아버지는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아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아리는 혼자 글을 깨우쳐 읽고 쓸 수 있게 됐다며 영리한 아이라고 자랑했다.

아리는 "피부가 다른 아이들처럼 깨끗해지면 학교에 다니고 싶다"며 "어른이 되면 군인이 되겠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신성철 통신원 speednews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