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24,25일은 전 객실의 예약이 끝났습니다.대통령 취임식에 올 초청 인사들로 꽉 찼거든요."(롯데호텔 객실 예약 직원)

호텔업계가 대통령 취임식 덕분에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서울 여의도를 비롯해 청와대에 인접한 명동 등 강북 일대의 주요 호텔들은 등급을 막론하고 24일 예약이 한 달여 전부터 완료됐다.용수산 등 유명 음식점들도 호황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하지만 여행사들은 빈 방을 구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25일로 예정된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인사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빅토르 주브코프 러시아 총리 등 외국 귀빈과 국민 대표를 포함해 총 4만5000여명에 달한다.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인원이 한꺼번에 서울에 집결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서울 롯데호텔,신라호텔,그랜드하얏트 등 '딜럭스급'(특1급)으로 불리는 특급 호텔들의 24일 객실 예약은 100% 종료됐다.25일도 90% 이상 예약이 끝난 것으로 조사됐다.청와대와 거리상 가장 가까이 있는 '슈페리얼급'(특2급) 렉싱턴호텔은 이미 한 달 전부터 24일과 25일 예약이 마감됐다.

롯데호텔 측은 "호텔업계에서 2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인데 대통령 취임식으로 모처럼 신바람이 났다"며 "해외 귀빈들의 예약을 주관한 외교통상부로부터 구체적인 명단을 통보받지 못해 누가 어디에 묵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행 상품을 통해 입국한 관광객들이 주로 묶는 '스탠더드급'(특3급) 호텔들 역시 호황을 누리기는 마찬가지다.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 달 전쯤 명동의 세종호텔 프린스호텔 등에 예약을 하려다 실패했다"며 "평소에도 일본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인 데다 취임식 행사 참석차 올라온 지방 손님들까지 겹친 탓"이라고 설명했다.강남권 역시 중저가 호텔을 중심으로 '취임식 특수'를 누리고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참석자들이 엘루이호텔 올림픽파크텔 등 중저가 숙박 시설부터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삼청각의 '이궁',삼청동의 두가헌,종로 파이낸스센터의 용수산 등 외국인이 자주 찾는 유명 음식점들은 취임식 전후로 몰려들 고객들을 맞을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 있다.용수산 관계자는 "특급호텔들이 한식당을 대부분 철수한 터라 외국 귀빈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24,25일 예약은 대부분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행업계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투숙하기로 한 객실이 꽉 차서 등급을 올려 호텔을 정한 경우도 종종 있다"며 "여행사가 약간의 손해를 감수해야지 모텔을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