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전을 개방하고 상금제를 도입하자."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불리며 이창호9단,조훈현9단과 함께 1990년대 한국 바둑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유창혁9단이 바둑계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3일 사이버오로,한게임,타이젬,엠게임,넷마블 등 '빅5' 바둑사이트에 관련 글을 게재,네티즌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둑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로 시작되는 글의 골자는 상금제 도입과 기전의 전면 개방이다.

유9단은 "프로기사 수가 날로 늘어가는 상황에서 모든 기사에게 대국료를 지급하는 현재의 기전 운영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프로골프와 같이 상위입상자에게만 차등적으로 상금을 지급하는 상금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또 홍보 효과 극대화와 실력 강화를 위해 외국기사들에게 기전을 개방하는 한편 상위권의 아마추어 기사들에게 프로대회 참가 기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가) 이른바 4인방의 일원으로 활약하던 시절,저도 1년 수입이 3억원대를 기록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 이창호9단은 6억~7억원대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이승엽 같은 스포츠 스타의 연봉이 1억원대에 불과했습니다.

바둑 스타들의 수입에 부모들이 '와!'하고 관심을 가졌고 바둑을 배우게 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유9단은 그러나 10년 전을 정점으로 한국바둑계가 점차 하향세를 걷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둑을 배우는 학생이 3분의 1로 감소했고 프로 지망생은 더욱 줄어들었다는 것.

여전히 한국바둑이 세계무대에서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는 10년 전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성적을 내고 있을 뿐 앞으로 5년 후면 이런 '약발'도 다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게 유9단의 지적이다.

그는 "기전의 문호개방을 통해 이를 타개할 수 있다"며 "문호개방은 한국 기전이 명실상부한 바둑의 프리미어리그,메이저리그로 발돋움하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유9단은 "세계 축구 최강국은 브라질이지만 최고의 무대는 박지성이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라며 "상금제와 맞물린 오픈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한국이 세계 최강의 바둑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