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奎載(정규재) <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 >

중국 대륙은 남방의 장사치들과 농사꾼들이 땀 흘려 재물을 쌓아 놓으면 북방의 칼든 자들이 내려와 쓸어 담아가는 역사이기도 했다.

수양제의 운하만 해도 약탈물을 운반하는 빨대 역할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가 경제를 살찌우는 곳은 황하 이남이었지만 폭력은 언제나 북경 편이었다.

추고마비(秋高馬肥)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가을이 오고 말이 살쪘으니 또 저놈들이 쓸고 내려와 한바탕 약탈의 분탕질을 할 것이다.

"그러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두보의 조부였던 두심언의 시(詩)다.

장사치와 권력자는 그런 관계였다.

상인의 도시 오사카(大阪)가 날고 기어보았자 무사의 도시 에도(江戶)의 발 아래에 있는 법이다.

주기적으로 재물을 탈취당했던 것은 유대인도 마찬가지다.

수십년씩 피눈물로 재물을 축적해 놓으면 기독교 권력자들은 때를 기다려 약탈하기를 반복해 왔다.

정치 권력은 언제나 그랬다.

세금이란 것도 실은 국가 폭력에 다름 아니었다.

대가 없이 징발하고,이에 반발하면 강력한 체벌이 따른다는 점에서 조폭의 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엄격하게 법률로 정하자는 것이지만 지금까지 그 폭력의 자의성이 완전히 순치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뇌물이 아니라 관행이었다고 주장하는 국세청장의 취임 축하금도 그런 경우다.

큰 폭력의 구석진 곳에는 이렇듯 기생충들이 들끓게 된다.

희생양을 만들어 내는 것도 정치 권력의 주특기다.

대중의 광기를 등에 업기만 하면 이미지는 조작되고 어떤 마녀라도 쉬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경제를 살리고 국부를 살찌우는 것은 언제나 상인들이지만 그들의 등을 치는 것 또한 언제나 권력이다.

삼성그룹 비자금 논란이나 그것을 밝히겠다는 특검법도 그런 결과다.

기업에는 억지로 갖다 바치고 빼앗기는 것도 죄가 된다.

위에서 빼앗아 가지 않는다면 아래에서 은밀히 준비해야 할 까닭도 없다.

피해갈 수 없게끔 규제의 법망을 거미줄처럼 깔아 놓고 어떤 기업인이든 기어이 범법자로 만들어내고야 마는 것이 한국의 악성 반(反)기업 법제다.

그래서 검찰과 법정에 끌려가지 않은 기업인이 없을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기업 경영권 상속세(65%)로부터 시작해,자기 주식을 갖고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만든 무려 10여건이 넘는 의결권 규제와 경영권 무장 해제에 이르기까지 기업인들이 자기 재산을 지키기 힘든 약탈적이고도 좌익적인 법률들이 기업의 목을 죄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정부가 상품의 원가에까지 칼을 들이대는 나라도 한국 밖에 없다.

그러니 한국서 사업하는 것은 감옥의 담벼락 위를 걷는 것과 같다.

도덕주의에 사로잡힌 사림(士林)이 정권을 장악하면 언제나 비슷한 결과가 반복되었다.

우리는 그들을 탈레반이요,원리주의요,홍위병이라고 부른지 오래다.

똥파리들이 끓는 것도 필연이다.

미국에서는 종종 사기꾼이라는 말과도 혼용된다는 '변호사'가 양심고백이라는 말로 장난을 치고,때는 이때다며 시민단체가 나서고,하느님께 자신을 바쳤다는 천주교 사제들까지 앞다투어 마이크를 잡는 지경이다.

저잣거리의 질서를 바로 잡을 작정이라면 사제복은 벗는 것이 낫다.

핵폐기장 문제건 한ㆍ미 FTA였건 걸핏하면 반대 깃발을 들어왔던 그들이다.

일정표를 만들어 가면서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며 정치 프로같이 움직이는 사제들을 보는 것도 역겹다.

다른 사람의 영혼은커녕 진정 자신들의 영혼이나마 돌아보기라도 하는 것인지….

IMF 이후 권력은 더욱 강해졌고 관료들의 어깨엔 더욱 힘이 들어갔다.

좌파 정부 들어 어깨들의 숫자는 갈수록 꾸역꾸역 늘어났다.

그러니 아랫 동네의 장사치들은 대책을 세울 밖에 없다.

애써 키운 재산을 앉은 자리에서 강탈당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무슨 거악이니,무슨 공화국이라는 따위는 실로 관념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고 공격해 대는 가당치 않은 소리다.

삼성 아니라 그 어떤 기업의 비자금도 이런 약탈적 규제 천국에서는 정당방위다.

jkj@hankyung.com